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줄이면서 추억이 깃든, 애장 하는 덩치 큰 블루투스 스피커를 당근(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놨다.
내놓을까 말까 망설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아파트에서는 이 큰 출력의 스피커가 소용이 있을까? 들을 수 있을까 하면서 팔기로 결정을 했었다.
판매 금액은 우리가 구입한 금액의 절반 정도로 내놨다.
지금은 단종되었는지, 해외 구매대행업체 한 곳에서만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내가 구입한 금액의 거의 두배 정도로.
구매자들을 위해 스피커의 자세한 설명을 캡처해 참고하도록 게시를 했다.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하트가 제법 붙었다.
글로벌 오디오 JBL 스피커를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내심 좋았다.
어느 날 채팅이 들어왔다.
세상에, 내가 올린 금액도 구입 금액의 반값인데, 그 금액에서 또 반을 잘라서 구매 의사를 보내왔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값을 깎아서 싸게 사면 좋으니까. 당근의 매력이 또 깎는 맛이라면 이해되어야 하지만.
그런데 그 글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그저 큰 블루투스 스피커라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속상했다.
나는 " 죄송합니다. 팔지 않겠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판매를 숨김으로 해 놨다.
내가 다시는 그처럼 비싼 스피커를 사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후려치는 그 가격으로는 팔지 않을 것이다.
음량을 작게 해 놓고 들으면 되지.
그냥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다.
거실 한쪽에 당당히 놓았다.
나중에 알았다. 고출력(300W)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저음이 깊고 탄력 있게 표현되고 볼륨을 작게 해도 힘이 느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집 안에 은은히 음악이 깔리면, 나의 일상이 일이 되지 않는 묘한 기분 좋음이 있다. 그걸 누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조슈아 벨이 있다.
영화 "라벤더의 여인들" OST로 알게 되었는데, 그는 현대 클래식 음악계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연주자로,
그가 2007년에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단다.
1월 어느 날 출근 시간 무렵, 워싱턴 DC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허름한 청바지와 티셔츠에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열정적인 연주를 했다. 40여 분간 모두 6곡을 연주하는 동안 그의 앞을 지나간 사람은 천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은 사람은 30명이 채 되지 않았고, 1분 이상 멈춰 서서 연주를 들은 사람은 7명뿐이었다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여느 나라 길거리 연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이날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조슈아 벨이었다. 길거리 연주 이틀 전 그의 공연 입장료는 100달러가 넘었고 티켓은 매진되었다.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그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였고, 연주곡은 난도가 높은 것들이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진짜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볼 줄 아는지, 느낄 줄 아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스피커에서 꼬리를 물어 조슈아 벨까지 왔다.
이사를 해 오니, 내 소장품들의 가치를 제대로 못 보고 버려진 것들에 후회되고 속이 아리다.
당근의 그 무례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냅다 팔아버렸을 나의 소중한 스피커.
어쩌면 나도 가치를 몰라보고 팔아버렸을 뻔했다. 한편 그 사람이 고맙네!
나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를 챙기는 분들 덕분에 '챙김'의 다른 언어는' 섬김'임을 배웠다.
행복한 얼굴로 섬겨주는 분들을 보면서,
나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졌다. 나의 무한 가능성에 가치를 두며.
늦은 밤, 잔잔히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듣는다.
밤은 깊어가고, 나도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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