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EBS 다큐 프로그램 중 건축 탐구 집을 즐겨본다.
어느 젊은 부부의 집이 소개가 되었는데, 그 집 안주인은 오래된 것을 좋아해서 오래된 숲과 나무가 있는 숲 속 집을 사서 리모델링 한 집이 소개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집에 스민 스토리들이 다채로운 것이 놀랍고, 소재의 스펙트럼이 다양함이 놀랍다.
폐교의 나무마루를 사서 그걸로 집 안 마루를 깔았다고.
그녀는 진정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확실하구나. 직업이 뭘까?
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된 작품이 조명을 받아 빛나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것에서는 그 세월에서만 나오는 은은한 색감이, 질감이 그 분위기가 오묘해서 또 그렇게 바라본다.
장인들의 솜씨를 경외하는 마음과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그렇게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품 중에는 깨진 도자기를 발굴하여 전시한 것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깨진 흔적이 적나라하게 보이도록 복원을 해 놓은 것을 보면서 ' 아.. 그렇구나. 깨진 것을 붙였으니 그렇지' 이 정도로 그 흔적이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저 집의 안주인은 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이렇게 말을 한다.
" 깨졌던 도자기라는 걸 전혀 모르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복원한 흔적 붙인 선을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 보관했다는 거는 이 도자기가 깨졌을지 언정 이 도자기가 갖고 있는 역사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감쪽같이 복원하는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런 이유가 있구나. 본질을 놓치고 있을 때가 있다.
오후에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은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는 그야말로 좋은 자리에서 웃는 얼굴로만 만나와서 그 친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아침 일찍 데이트 신청 카톡이 와서 빵과 커피를 사 들고 여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창이 넓은 곳에서 얘기를 나눴다. 그는 마음이 참 여리고 감사가 많은 친구인데, 꺼내는 말에는 아픔이 배어 있었다. 상처가 있었다.
애써 웃는 그녀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꼈는데, 안타깝고 속상했다.
깨졌던 도자기를 흔적 없이 복원할 수도 있지만, 흔적을 남기는 방법을 선택하며 그 도자기가 갖고 있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을 본다.
우리의 삶도 깨져 파편이 나뒹굴기도 한다.
아픔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것이 발목을 잡듯 흉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계획에 없던,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낸 생채기가 나의 약점이 된다. 휘둘리지 말기를.
쓰인 역사예요.
우리 아픈 흔적, 그것도 내 거예요. 그 흔적 품고 살아가요. 아주 잘.
그렇더라도 우리의 본질은, 본성은 그대로잖아요.
정성을 쏟아 온 세월은 결국 그 가치를 발하지요. 기다려요. 그때가 올 거예요.
다만 지금 조금 힘든 거예요.
긴 인생이잖아요. 지금의 어려움 이까짓 거 금방 지나가고 묻혀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요. 하나만 기억해요.
그대는 멋진 사람이라는 거. 기분이 꿀꿀해지면 거울 보면서 해야 하는 거 알죠?
우리 쓰일 역사를 꿈꾸고 계획해요.
같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가요.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서 있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을 구분하되 연결하는
'익스팬션 조인트'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증축할 때 이음 부분에 익스팬션 조인트를 설치해 건물 구조물의 손상을 방지하고 건물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말한다.)
앞으로 50년을 더 가야 하니 모쪼록 견고히 잘 서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