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랫동안 해설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두 가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때때로 벅찼다.
쉼이 필요하기도 했고. 때론 일 때문에 사람 구실을 못한 경우도 많았다.
맡은 바의 것들은 충실히 하기 위해, 소중한 것들이 내쳐지는 상황을 봐야만 하기도 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남편이 아픈 중에도 일을 했다.
현재는 정년이 없는 해설사(지역마다 차이가 있다)는 일흔 살이 넘도록 할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 꽤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잡고 있었다.
이런 나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욕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늘 하고 싶은 것은 접어 두고 얄팍한 돈이 묻어 있는 일을 내려놓지 않는 나를 보며, 양손에 떡을 쥐고 있으니 더 잡을 손이 없어 정작 잡아야 할 것을 못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산책을 할 때마다 한 아름의 고민덩어리를 이고 걸었다.
지독히도 고민했고, 지치지 않게 고민했다.
그게 뭐라고.
다시 가질 수 없을 것을 알기에 그렇게 고민을 아낌없이 했었다.
' 내가 스스로 내려놓게 해 주세요. 누구 탓을 하지 않게 해 주세요. 내려놓을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게 해 주세요. '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하면서 그때를 기다렸었다.
그렇게나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2025년 4월 6일 오후에 유튜브로 짧은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어쩌다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알고리즘이 고맙다.
그 영상을 보는 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영상 제목은 "하루 종일 서 있으면 10만 원을 드릴게요" 이 영상이다.
젊은 남자에게 중년의 멋진 남자는 정해진 곳에 종일 서 있으면 50달러를 준다고 하니 젊은이는 신나 그 자리에서 종일 서 있다가 시간이 되어 50달러를 받고 기뻐했다. 이어 성실하다고 정규직을 제안받고 또 그 자리를 지키므로 일당을 받았다. 친구들이 와서 놀러 가자고 해도 일하느라 함께 하지 못한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서 승진을 하고,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키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할아버지가 되어 은퇴를 하는 영상이었다.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날에도 끝까지 같이 있지 못했던 그날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다시없을 그날에 그렇게 밖에 못했던 나에게 미련하다고 어리석다고 혼을 내주고 싶다. 참 좋은 내 친구들은 나를 만나러 내가 활동하는 여주의 여기저기로 찾아왔다. 그 시간들은 보석같이 빛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친구들은 알까? 주어진 것들을 잘하는 성실함과 책임감만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미련 곰탱이 마냥.
저 영상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영상 속 할아버지가 아니라 성실한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고 그 자리를 지킨 "할머니 김은혜"가 보였다.
그렇게 70세를 기다려야 하다니!! 세상에 맙소사!
스스로 내려놓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기 위해 기도를 그렇게 했더니
스스로 깨달아지는 방법으로 하나님은 나를 도우셨다.
그날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남편이 아파도 굳히지 못한 마음을 '나'를 떠올리니 굳히다니, 세상에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이타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기적인 사람이 나였다.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70대를 시간을 죽이면서 기다리는 은혜를 꺼내온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주말이면 만세를 부르면서 쉬는 것이 좋아 죽겠다고 깡충거리는 참 사랑스러운 은혜를 찾아왔다.
일이 행복인 줄 알았더니, 쉼이 행복이었다.
나의 그와 함께 보낼 시간을 챙긴 것이 너무 좋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참 착한 그가 너무 고맙다.
더 이상은 어느 부분에서도 어리석지 않기를 바란다. 미련한 짓은 더 이상 하지 말자! 그냥 두고 안보리.
많은 일에서 해방되었다.
주말에 일을 나가는 일도, 정원을 가꾸는 일도 없고, 잔디를 깎는 일도 없겠다. 밭을 거두는 일도, 눈을 쓰는 일도 없겠고, 차량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일도 없겠다. 매일 왕이, 왕삼이 밥을 주는 일도 없고, 일 년에 한두 번 산소에 벌초하는 일도 없앴다.
장성한 딸들은 그들의 길을 알아서 잘 갈 테고. 죽을 때까지 가져갈 신앙생활은 그대로 할 것이겠지만
이제는 오롯이 그를 챙기고, 나의 꿈을 챙기는 일만 남았다.
그에게 많이 미안한 마음을 '오래도록' '함께' 함으로 갚아가길 소망한다.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돈이 그대의 발목을, 망설이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며.
깨달았을 때가 너무 늦지 않은 때이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