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미련 곰퉁이!
그가 원하던 휴직을 드디어 냈다.
고통 속에서, 외로움 속에서 그가 얼마나 같이 있기를 소망했을까?
왜 나는 그 눈빛을 못 봤을까? 그 고통 소리가 안 들렸을까? 못 들었을까?
듣고 싶지 않았던 걸까?
지극히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내 귀는 참 선택적이다.
내 마음도 얇고, 이기적인가? 그가 이렇게 아프고 나서야 휴직을 냈다.
병원에 언제 갈지 알 수 없기에 연차를 함부로 못 쓰고, 아끼고 아껴두었던 연차를 그가 아프고 나서야 몰아서 쓴다. 병간호를 위해.
한편으로는 덜 아플 때 왜 그 휴가를 못 썼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더 아플 때 쓰려고 담겨두었다는 게 참 바보 같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다.
사과 한 박스에서 상한 사과만 골라 먹는 꼴이다. 더 썩을까 봐.
계속해서 제일 상한 사과만 골라 먹는 모습.
가장 신선한 사과를 먼저 골라 먹으면 끝까지 신선한 사과만 먹을 수 있는 건데, 나는 빨리 상해서 못 먹을까 제일 상한 사과부터 골라 먹다 쭈글쭈글한 사과를 먹는. 결론은 제대로 된 사과를 먹지 못하는 그런 것처럼?
나는 휴가를 가장 좋을 때 쓰지 못한 꼴이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가장 좋을 때 그와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것을.
그게 이제 와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이 났다. 어찌할 수 없게.
오래전, 어머님 댁에는 손님용으로 꽤 괜찮은 접시와 그릇들이 그릇장에 전시가 되어 있었다.
어머님은 가볍고 안전한 스테인리스 식기를 사용했었고. 나는 그 스테인리스 그릇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구식 같아서.
어느 날,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우윳빛 맑은 손님용 그릇을 꺼냈다.
예쁜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담아 저녁 밥상을 차렸다.
아이들도 예쁘게 차려진 밥상에 즐거워했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마실 다녀오신 어머님은 깜짝 놀라시며 누가 오느냐고 물으셨다.
"어머니, 손님보다 우리 가족이 더 소중하잖아요. 그런데 손님에게만 좋은 그릇 내놓고, 우리는 안 좋은 그릇에 먹는 게 저는 좀 별로예요. 그냥 우리도 손님처럼 예쁜 그릇에 담아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리시면서
"그래, 에미 말도 맞다. 가족들은 늘 뒷전이지. 그런데 얘야, 좋은 그릇을 그렇게 사용하다가 깨지거나 이가 나가면 정작 손님 올 때 이 나간 그릇을 꺼내 놔야 되지 않겠니?"라고 하시면서 다시 스테인리스 그릇을 사용하기를 원하셨다.
그래, 또 어머니 말씀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하며 그날 밥을 먹은 후 설거지를 깨끗하게 해서 다시 장식장에 넣어두었다.
그때 내 행동은 참 잘했고, 어머니 말씀도 옳다는 생각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보다 오늘을 사는 내 소중한 가족을 더 위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미안한 시간을 만들었을까?
돌아보면 속상하고 돌이켜 봐도 속상하고 아쉽다.
언제나 현명하게 생각했어야 하는데, 난 무엇을 생각하고 바랬던 걸까?
가고 싶었던 많은 곳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 몹시 서운한 시간이다.
달리 생각하자. 아쉬움을 둔 들 무엇하리.
어쩌면, 나는 꽤 신경 써서 시간을 관리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껴둔 연차를 지금 마운틴 뷰의 호텔 같은 2인실 병실에 같이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 괜찮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그를 볼 수 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됐지.
아주 만족스러운 일을 한 것이다.
잘했다. 참 잘했다.
이제라도 주어진 날들 동안 서로에게 집중하며,
소중한 시간을 참 잘 보내고 싶다.
후회를 덜 하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이제 저는 휴직을 합니다.
1월 30일부터 무급으로 쉽니다!
그와 충분히, 좋은 시간 가져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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