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쉰둥이 아들의 유산>, 그가 전해온 눈물의 답장

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by 본비 은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암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안부를 묻는 수많은 이들에게 일일이 답할 기력이 없어서, 그리고 나의 슬픔을 살피느라 묻고 싶은 말조차 삼키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등 떠밀리듯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문득 낡은 기록 하나를 발견했다.



2015년 12월 4일, 심야 기도를 마친 뒤 내가 남긴 메모였다.
기도가 바뀌었다. 글을 잘 쓰게 해 달라는 기도로. 내 안의 간절함이 시간이 되어 터져 나오는가 보다. 생경스럽지만 좋다.’

10년 전의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간절히 문장을 구했던 걸까.

그 예언 같은 기도는 오늘의 나를 예비한 것이었을까.

엊그제 올린 <쉰둥이 아들의 유산>이라는 글을 그가 읽었다.

26. 쉰둥이 아들의 유산

아침이 오고, 입이 말라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고통 속에서 그는 내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글을 잘 써줘서 고마워. 너무 감동받았어. 정말 그랬거든. 몰래 두유를 다섯 번쯤 먹었을 거야. 더 먹다간 들킬까 봐 무서웠어.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께 너무 미안해. 다시 찾아가서 두유를 꼭 사드리고 싶은데, 그 집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

그가 평생 가슴 한구석에 미안함으로 간직해 온 어린 날의 허기를 내 글이 어루만져 준 모양이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써 내려간 문장들이, 정작 벼랑 끝에 서 있는 그의 삶을 위로하는 생명의 기록이 되었다.

그가 몇 번이고 고맙다며 눈시울을 적시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10년 전 나의 기도는 내가 아닌, 훗날 가장 외로울 그를 위해 쓰일 언어를 구하던 것이었음을.

내가 글쓰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아프지만 찬란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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