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그를 사랑하는 아내
30년 넘도록 그의 함께한 모든 순간이 선물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이별을 준비해 왔음에도, 막상 그가 떠날 시간이 되니 어쩜 '고맙다'는 말은 해도 해도 모자랄까요? '사랑한다'는 말은 왜 이렇게 허공에 떠있는 것만 같을까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데, 미안했던 일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요.
그를 외롭게 했던 날들이 제일 무겁고도 처절하게 미안한 순간입니다.
아늑해서 집처럼 아름답게 꾸몄던 샘물호스피스 열매실 병실을 정리했습니다.
옷장에 붙여놓은 가족사진, 꽃과 꽃병, 자잘한 짐들을 다 담았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와의 인생에서 가장 긴, 초밀접, 밀도있게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을 돌아보며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해 준 날들입니다.
이곳에서 매일 아침 건네주시던 다정한 인사가, 지친 몸을 달래주던 정성 가득하고 맛있는 식사가,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한 인격으로 온전히 안아주셨던 그 따스한 눈빛들이 그와 저를 기쁘게 살게 했습니다.
전해도 전해도 부족한 이 마음을 다 담을 길 없지만, 많은 분들이 베풀어주신 친절함 덕분에 그는 외롭지 않게 다음 여정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손길은 그에게 단순한 사랑 그 이상, 신의 위로였습니다.
우리에게 보내주신 사랑을 가슴에 품고 이제 편안히 길을 떠납니다.
한마음으로 들어온 이 병원이었는데, 이제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장이 끊어질 듯한 울음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나의 멋진 남편과 하기 싫은 긴 인사를 합니다.
그동안 저와 그를 위해 애써주시고 기도로, 물질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날에 주님의 평안과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음엔, 어떤 글로 찾아뵐지 막막합니다.
26.2.3.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