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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l 19. 2022

조금만 쉬어 갈게

우리도 그녀들처럼

나도 꽃보다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면서 가로수에 나무들 잎이 초록으로 변해갈 때 제일 좋아해. 그렇게 초록으로 변해 가는 걸 보면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거든.

아침에 운동하러 나가면 잔디에 까까머리에 머리 자라는 것처럼 초록색이 올라오고 있어.

매해 그렇게 올라오는데 올해는 유난히 더 보이더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겠지.     

요즘 가장 큰일이 큰애의 중간고사 시험이 다가오고 있고, 합창단의 정기 연주회로 인해

많은 양이 연습이 있고, 이것이 가장 큰 일이야.

웃긴 건 내가 보지도 않는 시험이고 내가 연주하는 것도 아닌 연주회인데도 내가 엄청 바쁘다 보니

어제는 그냥 짜증이 몰려왔어.

거기다가 마음이 바빠지니 더 멘탈이 나간 거야.

그 멘탈이 나가는 것 중에 너도 빠지지가 않아. 알지?

이번 달 소설을 내가 마무리할 차례가 되었어. 그 차례가 된 것도 마음이 바쁜데 너도 이야기 마무리 잘해서 올려달라고 하고 브런치의 우리 이야기도 올리라고 하고 그래서 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는 게 맞을 거야

그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겠지

네가 아침에 나보고 "그냥 잠시 쉬는 것도 괜찮아"라고 말해준 덕분에 한결 마음이 놓였어

거기다 오늘도 합창 연습이 끝나면 영어학원을 가겠구나 싶어서 도시락을 간단히 싸서

큰애 픽업하러 갔더니 “오늘은 영어학원 안가”그러는데 갑자기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더라.

아주 작은 일에 크게 생각했다가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에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정말 열심히 살았으니 나에게도 안식년을 줘야지 하는 생각에 어제는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중에서 빠져야 하는 것이 ‘사각’이었어.

그래서 고민 중이야. 이건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이야기할게

(사실 지금 이 글을 다시 보고 쓰는 중에 저 생각의 정리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너무 웃겨.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은 생각이었던 것이야)

영어학원을 가지 않은 덕분에 나에게는 마음의 안정이 왔고 책을 읽을 시간이 생겼어.

그래서 편한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하니 그냥 모든 게 다 정리되는 기분이었어

나에겐 이런 쉼이 필요하구나!

사실 예전에 ‘안식년’이라는 건 어느 분야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조금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충분히 필요한 것 같아서 나에게 보상 같은 의미로 줘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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