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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16. 2022

쿠팡 플렉스에서 내가 배운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 오늘을 마지막으로  올여름의 짧은 휴가가 끝나가고 있어

2022년도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

항상 그렇지만 매년 상반기에 뭘 하고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뭘 했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내고 있어

난 가끔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어

몇 주 전에 너에게 메타버스 nft 이런 걸 이야기하면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겠다 막 떠들면서 

가슴이 뛴다고 했었는데 나 또 이렇게 가라앉고 있어 


오늘은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더 쉬게 된 휴가의 마지막 날이야

며칠 전 쿠팡 플렉스를 하면서 주말인 동시에 휴가가 시작되었어

새벽에 호기심 반 내년에 이걸로 내가 버는 것을 충당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해 보았어

그래도 자신 있게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아마 함께하는 언니들이 있어서 더 추진할 수 있었어

우린 2인 1조로 움직이기로 했지

우리가 선택한 시간은 새벽 3시부터 7시까지였어

아줌마 넷이서 일찍 가야 하지 않겠냐며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 반.

깜깜한 물류센터 주변에 비해 쿠팡물류센터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대형화물에서 배송 가야 할 

박스들이 열심히 내려지고 있었어

사무실에 들어가 처음인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하니 

"지금은 들어오는 시간은 아니고요 저 앞에서 차로 대기하시면 돼요"라는 말이 돌아와서

"어디서 대기해요?" 직원이 "앗 그럼 따라오세요"

직원이 데리고 간 곳은 물류센터 밖 도로였고 그 도로의 횡단보도를 기점으로 차로 줄을 서있으면 된다는 말이었어

그렇게 차에서 대기하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차로 갔지

그런데 우린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앞에 서있었는데 그 뒤로 차들이 하나둘씩 서기 시작하는 거야

초보가 아닌 사람들은 우리처럼 한 시간 일찍 오지 않고 3시 30분이 다 되어서 오기 시작하더라 ㅋㅋ

그러고 운전석에서 사람들이 내리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었어

'이 시간에 이렇게 오는 사람들이 많구나'

함께한 언니의 말을 빌리면 "남의 집 남편들은 이렇게 열심히 사네"라는 말이었어

그렇게 기다리길 1시간이 흐르니 쿠팡 조끼를 입은 직원이 나오면서 수신호로 들어오라고 했어

그렇게 우리의 일은 시작되었어

우리가 들어간 시간은 3시 30분이었고, 그 시간부터 우리에게 떨어진 배송목록품을 찾아야 했어

번호가 있더라고 그 번호로 박스와 비닐과 로켓 배송물품들을 찾기 시작했어

배송시간에 다 못 할까 봐 열심히 차에 대충 싣고 출발했어

주변에 다른 차들이 하나씩 꼼꼼히 쌓는 반면에 우리는 테트리스만 잘하면 되는지 알고 열심히 차에 실은 다음 출발했어

그렇게 배송이 시작되었고 첫 번째 간 아파트에서 하나씩 돌리는데 아파트가 쉬울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어

입구에 공동현관 비밀을 다 누르면서 들어가야 했고, 간혹 비밀번호가 잘못된 곳은 확인하며 들어가야 했고

배송 완료 사진을 찍어야지 배송 완료가 되는 시스템이라 물건과 현관 앞 주소가 맞는 곳인지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해서 더 시간이 걸렸었던 것 같아

아파트 한 곳을 도는데 한 시간 이상을 사용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다세대 주택이 많은 곳이었어

그곳은 아파트보다는 현관 비밀번호만 있으면 가기 쉬운 곳이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어. 

우리가 돌린 곳은 31개의 물품이었고 로켓 프레 시백을  10개가 넘게 회수를 해야 했어

암튼 우여곡절 끝에 7시에 맞혀 배송은 완료가 되었어 

결론이 뭐냐고 새벽 2시에 나가서 준비하고 대기하고 배송 완료하고 집에 돌아오니 8시였어

다음에 할 거냐고 물으면 당장 NO라고 대답은 안 해 그렇다고 YES도 아니야

하루해 보고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는 거야

물론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을 일한 것 중에 2시간은 날아가고 4시간 일한 것만 하더라도 최저시급보다도 못한 임금이야(아직 정산받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난 무엇이든 내가 하는 것에 사전 교육비가 들지 않고는 무엇인가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은 교육비를 낸다고 생각하며 배우는 것에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야

물론 함께한 언니들이 처음이라 다들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덕분에 4시간 일하고 나머지 하루를 망쳤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새벽에 일하고 들어온 내 느낌은 뭐라 할까 왠지 열심히 살다가 온 기분이었어

주변에서 돈 안된다 카더라 힘만 든다 카더라

이런 카더라 통신들이 원체 많아서 내가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그래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하지만 내가 그날 아침에 본 광경은 그래도 누군가는 

열심히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온 것 만으로 나에게는 자극제였어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하는 것보다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겠다는 판단에 이르렀어


그런데 휴가를 다녀오며 나의 생활리듬이 다 깨져 버린 거야 

어제는 1박 2일 짧게 간 여행의 잠자리가 불편해서였는지 너무 피곤한 나머지 하루를 그냥 날려버렸어

하루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만 보다가 밤이 되어 버렸어.

밤이 되니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기 시작하더라고 하지 못한 과제물들이 쌓여 있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천천히 기록으로 남겨야겠어

다시 집중하며 더 고민해서 무엇부터 시작할지를 정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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