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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Aug 16. 2022

좋다 좋아.

우리도 그녀들 처럼

“내가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네 말이 좋다.

휴가를 알차게 계획하고 실행했구나. 


나는 지난 주말. 

가야할 병원이 한 곳 더 늘어나서 스케쥴이 엉망이였어.

하필 친정 엄마 생신까지 겹쳐서 조금은 바쁘게 다녔거든.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잠시 짬을 내서 도서관에 다녀오니 좀 안정이 되더라.


책은 존재만으로도 나를 안정시켜주는 것 같아. 

딸아이가 방학숙제를 마치고 책이 읽고싶다기에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소개해줬더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는 “재미있었어.”라고 얘기하는데 

행복해졌어. 


어머니는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시고

남편은 거실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

딸아이는 공부를 마치고 책을 읽고는 

책을 읽고있는 나에게 “재미있었어”라고 말 하는 순간이

행복했어.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찾아오는 이런 행복들이 좋다.


쿠팡 플렉스를 체험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 자극을 받았다는 얘기에 어릴적 친구가 생각이 났어.


만나기로 한 시간에서 30분정도 늦게 달려오는

친구의 두 눈이 울어서 퉁퉁부어있는거야.

평소에 웃는 모습만 보이고 속을 잘 안보인던 친구라

걱정이되어서 물어보니,

장례식장에 다녀왔대.

누구 장례식장에 다녀왔냐니 모르는 사람 장례식이였대.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가끔 울고싶을 때 장례식장에 간대.

모르는 사람의 영정사진 앞에서 엉엉 울고 인사하고 돌아온다고.

근데 그날은 울고있는데 상주분이 오셔서 손을 붙잡아 줘서

더 울게되었다고. 그래서 행복해졌대.

나는 살아있으니까, 다 괜찮다고.


그래서 가끔 나도 병원 응급실이나 새벽 시장을 간적이 있었어.

응급실에서는 죽는 사람, 죽다 살아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살리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들을 지키려고 좁은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지키려고 애쓰는 '삶'인데

나는 왜 이렇게 허성세월하고 있을까? 고민을 했었거든.

그래도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좀 더 열심히 살자 의지도 다지면서 말야.


근데 잊고있던게 "행복"이였어.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 행복해야하는데

저들도 저렇게 살려고하니 나도 버티고 살아야지하며

어금니 꽉 물고 더 애쓰기만 한 것같아.


그렇게 나 스스로를 용서하고,

나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래 걸렸어.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시간을 다 지나서

편안하고 행복해.


가끔 네가 "우리  더 열심히 하자! 달려보자!!."라고

구호를 외치고 달려오지만

나는 좀 천천히 가자고 하고싶어.

그러니 네가 지난 주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가라앉아있어도 좋다.


자극 받았다고 무조건 달려나가지 말고,

가라앉아 있는 동안

짧아도 찐한 행복을 느끼길 바래.

(불안따위 개나 줘버려..)

놀때는 찐하게!!!

 

참, 네가  NFT 얘길해서 나도 뭔가싶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어.

읽어보고 또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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