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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17. 2022

남의 편들은 다 그런 거니?

마흔다섯 살 동갑내기의 교환일기

버려지는 게 두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강하게 보이던 흑곰 엄청 약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 

그럼 나도 내가 이쁨을 받지 못하다고 느껴서 착한 척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예전에 엄마랑 막 안 좋았을 때 네가 나한테 한 이야기 기억나?

“야 너 지금 투정 부리는 거야? 너 좀 봐달라고 그러는 거야”

그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네 말처럼 정말 그랬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대답할래.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 나의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좋을 것 같아. 


난 지금 남편이 휴대폰으로 보는 영상에 아주 민감한 상태야

내가 항상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가 있는데 그건 휴대폰 음량을 줄이라는 거야

그런데 안 줄여. 

들을 때마다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온 식구가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저 영상을 듣고 있어. 무슨 심리일까?

한 번은 이어폰을 주면서 제발 꽂고 보면 안 되냐고 하니 “알았어 줄일게” 그러거든

근데 내가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알아서 들어주면 안 되는 건지

남자의 머릿속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건지  항상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이야

정말  운동 영상 음향도 크게, 폭력적인 드라마 음향도 크게 

이 정도면 아이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는 거 맞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결혼 때 해온 티브이를 버리고 왔어

이유는 고장이 날 때도 되었고 내가 거실에 티브이를 없애는 게 목적이었거든

거실에 티브이가 없어야 하는 이유

첫째, 나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끊지 않고 계속 보니깐

둘째, 아이들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고

셋째, 티브이 앞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남편이 보기 싫었고

티브이는 사라졌는데 저 작은 휴대폰으로 음향은 최대로 하는 저 사람의 심리..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고 판단해야겠지     

내가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매번 문을 닫아 버리는데 

진짜 그 정도면 생각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해준다.

아, 또 열 받으려고 해...

나도 나만 생각하는가? 이사하면서 이삿짐센터 여사장님이 하시는 말이

“tv 왜 버렸어요? 나도 tv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으로서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다른 거 몰라도 tv가 나의 휴식 포인트예요.”라고 말할 때 남편이 

“맞죠 tv가 퇴근해서 오면 쉬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낙인데”라고 맞장구를 치던 것이 생각이 나네

이것도 나만 생각한 걸까?

난 내가 엄청나게 배려라는 것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더 배려를 해야 하는 건가 싶다.     

하지만 난 액션 영화에서 나오는 격투 소리의 음향은 갈수록 적응을 할 수가 없고

고치지도 않는 남편하고 싸우기도 싫어. 

싸우기 싫은 이유는

첫째. 싸워도 변화가 되지도 않고

둘째. 언쟁을 하고 나면 내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너도 이렇게 사니? 모든 집의 남편들은 다 이런가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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