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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21. 2022

추억여행

마흔다섯 동갑내기의 교환일기

어떤 이유로 선택했을까? 너 덕분에 추억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네

음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까? 예전을 떠올리니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네

왜 웃음이 날까? 내가 지금 이걸 작성하는 장소와 배경을 설명할 테니 느껴봐

지금은 주말 오전 8시 30분. 첫째가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났길래 웬일이냐고 하니

배고프다고 해서 10분 만에 밥이랑 고등어 하나 굽고 된장찌개(어제저녁)랑 진미 무쳐서 후다닥 주고 그 테이블 맞은편에 노트북을 들고 앉았는데 앞에서 입안 가득 밥을 넣고 있는 애를 보고 있으니 그래 내가 남편과 만든 작품이지.     


처음 지금의 남편을 본 건 친구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알았지

기억나니? 우리 때 한참 pc통신이 있던 시절에 아이 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생겨서

거기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찾아보고 만나고 했던 시절이었어

친구가 초등 동창을 만나러 갔다가 자기를 좋아하는 애가 있다고 해서 그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했었어.

그 데리고 온 친구가 지금은 내 남편이 된 거지

오해는 말아줘. 내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이런 노래 가사의 주인공은 아니야

그렇게 처음 본 게 23살. 친구는 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 사람이 좋아했지

친구는 나에게 사람이 어떤지 물어봤고 난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만나봐”라고 조언했어.

그런데 어떻게 되었냐고, 친구는 끝내 이 사람을 받아주지 않았어

그래서 이 사람이 속상한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나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몇 번 가지고 그렇게 지냈던 것 같네

그러다 연락이 끊기고 모두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연락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았던 거지. 그렇게 지나고 있을 때 한 번씩 네이트온 지금은 카톡이라는 게 있지만 그때는 컴퓨터를 열어야지 나오는 네이트온을 가장 많이 사용할 때였지

그래서 네이트온으로 한 번씩 명절, 새해, 연말 그렇게 안부 연락을 했었던 것 같아

그리고 우리 집을 지날 때마다 '나 너희 집 앞 지나간다' 뭐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하고

그러다가 나이가 28살이 되었을 때 그때도 뭐하냐고 메시지가 왔는데 그때가 내가 에스와이 퇴사하고 집에 있던 연말이었어.

"나 너희 동네 지나가는 중이야 뭐하냐?"

“회사 그만두고 집에 있어” 

“ 백수네! 그럼 나와 오랜만에 얼굴 보자 내가 술 한잔 살게”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서 만났지. 술로 친해진 사이니 당연히 술집에서 술을 먹기 시작했고 둘이서 소주를 4병 먹었나? 그러다 나 알지? 술버릇 술이 적당히 들어가면 집에 안 가고 go go를 외치잖아. 그러다가 맥주집 까지 가서 맥주까지 마시고 나를 집에 데려다주는 집 앞에서 아무 맥락 없이

"만나는 사람 없으면  나랑 만날래”  그 말에

술이 확 깨더라고  “내일 아침에 눈 떴을 때도 지금 했던 말 기억하면 내일 전화해” 하고 헤어졌지

와 나 이거 다 기억하고 있어 뭐지?????

그리고 그다음 날 온 거야. 그러고 저녁을 먹는데 본인 집안 이야기를 쭈욱 하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그때 자기의 이야기를 다하고 그렇다고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냥 편한 사람이 아녔을까?

암튼 그렇게 본인 이야기만 하고 헤어졌지     


그 당시 난 다른 친구와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 하는 중이었지

기억나니 고등학교 시절 만났던 친구들 중에 한 명이었는데 그 친구 대학교 졸업식에 갔다가 그 친구 어머니에게 딱 보였는데 그 친구가 어머니께 “엄마 내가 좋아하는 친구 오늘 졸업식에 오니 잘 봐줘” 그랬는데 나 그 친구 그 마음도 몰랐었고 그냥 친구 들다 같이 간 자리여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 어머니 나를 유심히 보는 거 아직도 생각난다.

암튼 그 친구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당신 마음에도 드니깐

잘해보라고 했나 봐. 그리고 그 친구 LG에 입사하고 나면서 나에게 이야기하더라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그렇게 저울질이 아닌 저울질이 시작되었고

양쪽에 올려놨는데 웃긴 건 이 사람은 그렇게 말만 해놓고 밀당을 한 건지 연락 안 하고

이 친구는 둘이 자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참 대화가 잘 통했던 것 같아.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런 건지 인연이 될려니 그랬던 건지 나쁜 남자에게 끌렸고

결국은 남편 쪽으로 마음이 굳혀진 거지     

그리고 결혼은 좋아서 함께 살아야겠다 이런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연애를 오래 한 여동생에게 밀리기 싫어서 한 것도 있었지

그리고 이 사람 마음에 든 건 막내 라는 거 형이랑 누나가 있는 막내 그게 제일 컸어     

그러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선택한 건 막내였던 거네.

뭐지 난 막내라 선택했는데 내가 바라는 건 장남의 역할처럼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구나였네.

오늘도 스스로 깨친다.

    


나도 너의 연애 스토리 듣고 싶어.

너희 부부의 연애는 내가 회사를 퇴사하고 난 다음에 일어난 일이잖어

그래서 난 백곰님에 대해서는 5살이나 어린 연하라는 사실뿐이 없는 것 같은데

궁금해 이야기해줘 너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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