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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25. 2022

다행이야

마흔다섯 동갑내기의 교환일기

너 결혼하기 전에 너의 연애 이야기도 지금 들어보니 들었던 것 같아.

그 당시에 난 네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외동아들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가 엄청 반대했었는데 내가 반대하는 게 뭐 큰 영향이 있지도 않았지만 난 너무

속상했었어.

친정에서도 네가 가진 무게가 있는데 시댁은 좀 여유로운 곳에 가서 편하게 살았으면 했었던 게

나의 마음이었던 것 같아.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산다는 너의 말에 마음이 많이 아팠어

너를 온전히 바라봐주는 사람이었다니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

    


나 너랑 이렇게 각자의 꿈을 꾸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참 좋은 요즘이야

너도 알다시피 난 참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야.

타인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잖아. 왜 그럴까?

어제 책장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했어.

‘개인주의 선언’이 책은 아는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었어.

책을 선물한 언니는 이렇게 말했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선물한다고 했던 기억이 나.

‘개인주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그런데 몇 년 전 저 책을 선물 받아 읽었을 때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여서 진도가

나가지가 않더라고 그러니 읽다가 말았지.

그런데 지금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책 제목 만으로도 이제는 저 책을 다시 읽어 볼 때가 되었다 생각이 들었던 거야. 내용에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어느 판사가 쓴 책인데 그 판사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걸 싫어하고 세상에서 회식이 제일 싫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책 첫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 일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저 책 한 줄이 지금은 그래 맞아라고 무릎을 칠 수 있지만 그땐 이해는 했었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거야. 지인은 남들에게 조언도 많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내가

나의 생각을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따라 주기를 바랐는데 그 사람은 다른 행동을 하니

내가 속상해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것에 상처받지 말라고 주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어

어쩌면 난 조언을 하지 않았고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지금도 나의 오지랖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이젠 그 오지랖에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이제는 강요가 아닌 내 생각만을 이야기하는 정도는 되었거든

어쩌면 예전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계속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 않아나 해

그 욕구가 강하다 보니 타인에게 나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했고 내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그런 행동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어.

그 생각을 내려놓고 나니깐. 더 좋아진 게 있지

타인보다 나를 더 돌아보게 되었다는 거야.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에 집중했었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었어

그러다 보니 정말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타인의 눈을 신경 쓰며 살아서 정말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을 놓치고 있지 않았나 해

이제는 이 책을 읽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이렇게 쓰면서 또 한 번 느낀다. 참 너는 좋은 친구야.

인생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면서 만나는 건 좋은 거지만 이렇게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인생에서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 난 참 잘 살았다 싶다

앗! 오해는 하지 말아 줘. 내가 이렇게 널 생각한다고 너도 날 그렇게 생각해야 해는 아니야.

나 이제는 내 생각을 강요해서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라고 묻지는 않아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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