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

7장. 혼자 먹는 밥

by 윤슬

셋째 주 월요일. 민희는 이제 거주인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알게 되었다.

아침 7시마다 정확히 나타나는 수정, 늘 웃고 있는 혜진, 말없이 지켜보는 영미, 그리고 조용한 동준이.

동준이는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자폐성 발달장애가 있었다.

처음 몇 주 동안 민희는 동준이의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한 청년이었다.

오늘 아침, 민희는 새벽 5시 30분부터 평소처럼 요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월요일 메뉴는 미역국과 계란말이, 그리고 나물이었다.

7시쯤 거주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정은 어김없이 정확히 7시에 나타났고, 혜진은 7시 20분경에 나타났다. 영미는 아무 소리 없이 주방 입구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동준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 동준이는?" 민희가 정희 씨에게 물었다.

"음, 요즘 동준이가 좀 이상해요."

정희 씨가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돌아왔다.


"일어나 있긴 한데 밥을 안 먹는대요."

"아프신 건 아닐까요?"

"글쎄... 처음엔 컨디션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제 2주가 넘었거든요."

정희 씨의 얼굴에 걱정이 그려졌다.


점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민희는 거주인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 유미를 만났다. 유미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온다고 했다. 30대 중반의 따뜻한 분위기의 여성으로, 거주인들의 개인 상담과 신체검사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어, 새로 오신 영양사 선생님 맞죠?" 유미가 반갑게 인사했다.

"네, 민희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미예요. 월요일과 목요일에 와서 거주인 분들 관리를 해요."

"아, 그렇군요."

"선생님, 최근에 동준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고 들었어요. 혹시 뭔가 알아채신 게 있어요?"

민희는 동준이를 떠올렸다. 조용한 청년. 거의 말이 없고, 늘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했다.

"동준이가 밥을 거부한다고요?"

"네, 2주 정도 앞에 갖다 놓으면 손도 안 대요. 병원 검사도 받았는데 이상이 없대요."

유미의 표정에 애로함이 가득했다.

"이런 경우가 자주 있어요?"

"음... 처음이에요. 동준이가 이렇게 거부한 건."

정희 씨도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동준이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특별히 까다롭지 않았어요. 다 잘 먹는 편이었는데..." 유미가 말을 흐렸다.

민희는 궁금해졌다. 왜 갑자기 밥을 먹지 않는 걸까?

"제가 한번 동준이를 관찰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러면 고마워요."

다음 날 아침. 민희는 동준이의 행동을 자세히 지켜봤다.

7시 30분쯤, 동준이가 나타났다. 정희 씨가 준비한 밥과 반찬을 앞에 놓자 동준이는 밥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다음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동준아, 뭐 해? 밥 먹자."

정희 씨가 말했지만 동준이는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민희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맛봤다.

"어? 밥이 시큼해요."

정희 씨도 맛봤다.

"진짜네. 보온기에 하루 종일 있었던 밥이 상한 거 같아요."

민희는 깨달았다. 동준이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냄새와 행동으로 문제를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밥을 지을까요?"

"그렇죠."

30분 후, 새로 지은 따뜻한 밥이 준비됐다.

민희가 밥을 담아 동준이 앞에 놓았다.

동준이는 다시 밥그릇을 집어 들었다. 코를 킁킁거리고...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먹었다.

"어, 먹네!" 정희 씨가 환호했다.

오후, 유미가 다시 나타났다. 거주인들의 상담 시간이었다.

"어제 밥을 먹지 않던 동준이가 오늘은 잘 먹었다고 들었어요. 뭔가 변화가 있었어요?"

민희는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아! 그래서였군요. 동준이가 냄새에 민감한 거였어."

유미의 눈이 반짝였다.

"2주를 고민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저도 처음 봤을 뿐이에요."

유미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저는 자꾸 거주인 분들에게 질문했어요. '뭐가 문제야?', '뭐 먹고 싶어?' 이런 식으로. 하지만 그건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유미가 민희를 바라봤다.

"선생님은 질문하지 않고 지켜봤어요. 그리고 읽어냈어요."

"동준이가 신호를 보냈을 뿐이에요."

"그게 진정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저녁 시간. 동준이는 거실이 아닌 식당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고 정희 씨가 말했다.

"정말? 동준이가?"

민희가 놀랐다.

"네, 유미님이 동준이와 대화한 후에 그렇게 결정했대요."

동준이가 밥그릇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식당으로 들어왔다.

다른 거주인들이 반겨했다.

"동준아, 오늘은 같이 먹어?"

혜진이가 외쳤다.

동준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민희는 동준이 앞에 따뜻한 밥과 반찬들을 놓았다.

동준이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그리고 또 한 숟가락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유미가 민희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도 배웠어요. 묻는 것보다 지켜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민희는 미소 지었다.

"저도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완벽한 식단표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배웠어요. 음식은 단순히 영양소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아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게요."

그날 밤 일기에 썼다.

'일곱째 날의 깨달음: 혼자 먹는 밥도 이유가 있다. 거부하는 행동도 때로는 신호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나의 과제다. 오늘 동준이와 유미를 통해 배웠다. 진정한 배려는 질문이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음날 아침, 동준이는 정희 씨와 함께 아침밥을 먹으러 나왔다.

민희가 새로 지은 따뜻한 밥을 담았다.

동준이는 밥을 들었다. 코를 킁킁거리고... 밥을 먹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민희를 바라봤다.

입 모양으로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

말이 아닌 입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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