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때마다 기록한다. 바람이 지날 때 저마다 흔들리는 상태라든가... 그것을 보고 있는 감각의 일어섬이라든가... 감각이 파고든 감정의 상황이라든가... 그것이 생각에 담겨 관념으로 자리할 때... 다시 관념을 풀어헤칠 때를 알아 기록한다.
의식을 손가락으로 끌고 와 기어이 자음과 모음을 결구시킨다. 관념이 된 추상을 구체적 형상으로 세우며 그것을 다시 문장으로 끌고 가는 일들을 하고 또 하고... 그러니 잠자는 8시간을 빼고 대부분의 시간이 이런저런 사건 속에 놓여있는 셈이다.
기록하면서 나는 나를 반란한다... 반란에 반란을 더하여 파란을 일으킨다. 지극히 내 세계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만나 머묾과 떠남을 자행한다. 그러니 내 밖의 사람들에게 내 기록은 어려움 아니면 재미없음으로 알고리즘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유 없이 네 개의 점을 이어 공간을 만들고 사부작사부작 놀아내면서 해방을 자유를 맛본다.
알고리즘이란 타자들이 나를 찾아내는 기호다.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AI에 규칙화되어 그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살며시... 시부지기... 슬쩍... 가만가만... 이란 말들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어쩌나. 눈에 띄지 않아야 잘 사는 시절은 순간 지나버렸네... 이젠 눈에 띄어야 살아내며 또 살아갈 수 있으니... 그럼에도 어느 날엔 안개처럼 흩어지고 사라지는 때가 느닷없이 오지 않겠나...
맨해튼으로 떠난 지인이 슈만을 데리고 갔다. 아침 그곳 미술관에서 틈과 바닥을 찾으며 슈만을 읽고 있다는 메시지에... 내가 그곳에 있는 듯 웃음이 났다... 그리운 건 언제나 멀리 있다...
#슈만의 문장으로 오는 달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