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건 언제나 멀리있다
한낮, 바다는, 물살이 물살에 부딪쳐 소리를 냈다... 밀려오는 것들은 어찌 저리 죽어라고 밀고 오는가... 그렇게 쌓아본들 한 순간에 밀려나가는데...
몇 번의 강의가 남아있지만... 육십 명이 들어주는 제법 큰 강의실의 강의는 종강이다. 살아있는 것들이 대부분 숨어버린 정오의 거리는 조용했다.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바다로 가는 택시를 탔다 시각시각 조여 오는 공복에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이 탄산음료처럼 튀어 올랐다.
엄마는 곡기 끊은 지 3일 만에 죽었다. 엄마의 바람은 일초라도 자식 앞에 죽는 일이었다. 두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는 치매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그 의지만큼은 꼭 붙잡고 있었다. 오래도록 투병하던 큰언니는 일초라도 엄마 뒤에 죽고 싶어 했다... 그 밤 기어이 임종실에 옮겨진 언니의 혈압이 자정 넘어서자 회복기미를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 그 시간 엄마는 생전 머물던 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언니도 마침내 레테의 강을 건넜다...
바다 초입, 택시에서 내렸다. 공복... 위 속의 주름들이 서로 비벼대며 아우성이었다... 얼음이 성성한 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손으로 마시고 눈으로 마시고 코로 마셨다. 굉음을 쏘아 올리는 위장에 맥주 대신 한낮 열기를 쏟아부으며 말했다. 나 배고프지 않아... 허기는 져도 배는 고프지 않아... 단지 어떤 언어에서 빠져나간 정이 고프단 말이야...
엄마의 차남에게 전화했다... 미숫가루 두 모금 막 넘긴 목소리로 받았다..
-어, 우리 막내... 왜?.
-그냥...
이라 말하고 바다를 봤다. 밀려오는 것들은 죽어라고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들은 한순간에 그렇게 나가버린다...
맥주는 끝내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