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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별이었다

토문재 별곡

by 규린종희


-남쪽 하늘 한 번 봐 거기 삼각형 별 있지 전갈머리야 전갈자리는 엄청 커 꼬리는 새벽에나 보여... 이번에는 북쪽하늘 봐봐ㆍ 북두칠성은 알지 많이 봤으니까 거봐 아는 건 보인다니까 국자 손잡이 있지 그 처음 별이 북극성이야 전갈자리를 다 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해. 전갈자리 글 한편 써,


집 떠나와 낯선 땅에 도착한 지 보름... 멀리서, 별자리 보라는 말이 어둠을 길게 뻗어 유성처럼 왔다.


-삼태성아 사태성아 내 품에 안겨다오. 새벽 물 길러가다가 삼태성을 따라가는 불덩이 같은 별 하나를 보고 기도했지. 그랬더니 네가 생겼어... 그 별이 얼마나 크고 밝은지 너는 동박박사가 길을 열어준 별이야. 물동이 이고 가는데 양옆으로 빨간 사과가 엄청 달렸어


.나는 엄마의 별이었다. 삼태성 사태성을 품고 엄마는 동솥에 국을 끓이고 큰솥에 밥을 안쳤겠지. 아버지가 채워 준 나무로 불을 때며 밥물이 끓어오르길을 기다렸겠지. 뜸 드는 밥 위에 얹어 가지며 호박이파리 양대이파리를 쪘겠지. 잘 익은 가지를 길게 찢어 채국을 만들었을 테지. 된장을 뽀듯하게 끓여 양대이파리 호박이파리 쌈을 상에 냈겠지.


사람은 죽어 하늘 별이 된다고 종조모가 말했다. 그래서 반짝반짝 땅을 비춘다고 했다. 내 식구들이 딛는 땅이 어둡지 말라고 깜깜한 밤에만 나온다고 했다. 과학시간에 할매 말이 틀린 걸 알았어도 나한테는 할매가 과학이었다. <에게, 영원의 바다>를 쓴 일본작가의 글에서 별은 사람들의 소원이 담겨서 반짝인다고 했다. 예술가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건 사람들의 소원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과학보다 일본작가의 글보다 할매말이 더 좋았다. 그래서 별에 관한 한 할매말이 언제나 일번이다.


동박박사가 별을 보며 찾아간 예루살렘에 예수가 있었다. 엄마는 예수님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라고 세례명을 아가다로 불렀다. 아가처럼 방싯방싯 웃고만 살아라고 그랬는지. 아가처럼 순수하게 살아라고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깨버린 건 탄생월을 상징하는 성인들이 있어 그 이름으로 세례명을 부른다는 것을 알고부터다.


몰랐던 걸 알아서 서운했던 때가 그날이었다. 완벽하게 알아버리면 나도 내가 얄미워진다. 모르는 건 그만큼 헐거운 생의 구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팽팽하여 예리한 것보다는 느슨해서 섬세한 게 나는 좋다. 섬세한 감성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니까...


8월의 남쪽 밤하늘, 노래 속에 십자성을 만나려고 까만눈동자를 까만 밤하늘로 별처럼 쏘았다.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니 얼굴이라고 했던가. 그리운 말은 때로 너무 아프다. 남쪽나라 십자성은 목이 메어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별자리가 되었다. 징병당한 식민지 조선인들이 보루네오 섬에서 불렀던 엄마는 볼 수 없는 고국땅에서 날아와 별로 반짝였다. 길 잃지 마라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엄마가 죽은 지 팔 년 만에 입술 밖으로 엄마라는 말이 나왔다. 반짝반짝하던 별이 그렁그렁한 내 눈 속으로 흘러왔다. 아이처럼 울었다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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