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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똑 Jan 14. 2024

고용되지 않은 상태가 주는 불안과 흥분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좀 흥분되기는 한다. 


더 이상 고용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떨까? ‘상사’가 없는 나를 ‘상상’해 보노라면… 


뭐 이세상 모든 사장들이 본인 맘대로 회사를 운영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자기 주도하에 무언가를 막~~ 하다보면, 어떤 일종의 성취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뭐 월급쟁이로서의 그것 역시,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완전히 다른 결의 만족감 일 거란 확신이 있다. 


그럼, 졸업을 했을때, 가장 불안한 건 뭘까.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 피드백? ‘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 따지고 보면, 월급쟁이로서 가장 안전한 상태는, 뭔가를 막~~ 하다보면 가끔 들려오는 피드백을 받을 때다. 


‘미쳤냐?’


물론 그 누구도 미치지 않았음을 서로는 알고 있다. 보통 이런 말들은 선배나 상사가 해줄때가 많다. 뭐 조금은 순화된 방식의 그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린 뭐 지금 20년이나 회사생활을 한 상황에서 조금의 낭만이나 동화적 순간을 원하진 않을거다. 다소 살벌하지만, 이런 외마디 피드백은 월급쟁이에겐 매우 유용할때가 많다. 생명연장의 측면에서 말이지. 오히려 ‘다행이다,’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보통은 이럴 때 우리 월급쟁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새롭게 다시 일을 시작하면 되는거다. 물론 그간 해온 것들을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 월급안에 포함되어 있으니, 우린 그저 맘편하게 하던 일을 땅에 묻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이제 이런 피드백이 없는 상태가 되면 어떨까. 매년 회사에서 챙겨주던 정기 건강검진을 안하게 된다면? 그냥 공장 같은 병원에 몸뚱이를 맡기고 반나절 정도 여기저기 촬영을 하고, 점수를 얻는 과정들이 사라진다면,. 음 왠지 모르게 불안할 수 있겠다. (뭐 자비를 들이거나, 국가에서 실시하는 검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원인도 모른채 거래가 끊어지거나, 수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돈을 떼이는 일도 생길 수 있을거다. 그리고 그게 점점 심해지면, 사업은 조용히 망하는 거지. ;


그럼에도 우리, 월급쟁이는 그길로 나가는 수 밖엔 없다. 졸업후 느껴지는 흥분의 경험속으로~!! 도리가 없다. 월급쟁이는 언젠가 짤리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은 그냥 그게 먼 미래의 이야기였지만, 20년간 회사를 다닌 입장에서 이 부분은 이제 현실이다. 그럼 뭐 남은 현실적인 대안은,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 다시 고용이 되던지, 아님 그냥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작게나마 개인 사업을 하던지, 둘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엔 없을거다. 그렇다면 이제 ‘어차피 퇴사할거라면, 또 어디 회사에 들어가 월급쟁이 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면 어때?’.. 조심스레 생각이 올라온다. 


‘유튜브나 한번 해볼까?’


문예창작에 조예가 깊었던 대학시절, PD를 한번 해보는게 꿈이었다. 무언가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시간을 소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기획하는 일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드라마, 이정재의 죽도가 매력적이었던 ‘모래시계’ 덕분이었나, 심은하의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승부' 때문이었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암튼 20년 직장생활의 애환을 담은 컨텐츠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각종 기업의 퇴직자들를 섭외해서 인터뷰 포맷의 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본다면? 아니 그러지말고, 아예 OTT에 제안할 수 있는 미니 시리즈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찌질한 20년차 월급쟁이 부장님은 알고보니 200년전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저멀리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었다면? … 뭐 이런 잡스러운 생각들로 머리속이 가득차 오른다.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 /  SBS 드라마 '모래시계'  출처 : 각사 웹페이지 



‘쯧…’


이때 문득, 몇일전 중학교를 졸업한 둘째의 청바지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색 쇼파 팔걸이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바지는, 아마 간밤에 외출하고 돌아와 벗어던져 놓은 것 같다. 이 자는 좀처럼 자기 옷을 가지런히 벗어놓은 역사가 없다. 물론 언제나 지 엄마의 잔소리를 귀에 걸고 다니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의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 그럼 저 자가 고등학교는 졸업한 이후로 나도 이 회사의 졸업을 미뤄야 할까. 문득 고민이 떠오른다. 저런 존재의 아비라는 책임감 아닌 책임감인 건가. 이제 곧 50살인데, 언제까지 지금 이런 삶을 지속해야할까.. 모르겠다. 


뭐 결국은 ‘돈'은 벌어야 하는거다. 유튜브도 좋고, 블로그에 책도 좋겠지만, 여튼 ‘돈’이 벌려야, 지속적이고 우아하게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며 살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인생의 말미에 다다를 무렵, ‘자아’는 찾았지만, ‘자식’은 잃었네요, 라며 푸념할 순 없는것 아닌가... 


젠장...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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