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마지막 뒷모습은 어떻게 기억될까
지난달, ‘느닷없이' 직속상사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자의는 아니고, 회사에서 내린 결정 때문이었는데요,
본인은 물론 구성원들도 무척 당황했습니다.
보통 정규 인사시즌도 아니었고, 지난해 성과도 좋았기 때문이죠.
여기서 저는 두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 회사원은 성과와 상관없이, 언젠간 짤린다,
-.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그날이오면, 누구나 당황한다
평소에 참 침착하고, 대체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었는데,
그날은 마지막 인사를 하시곤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도무지 그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었습니다,
격려의 박수로, 그 자리를 파하고는 나중에 술자리에서 넌지시 물어보니,
진즉에 통보를 받고 마음정리를 어느정도 끝이 났는데,
구성원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울컥 하더라는 것이었죠.
그 앞에서 훌쩍이는 구성원들의 숫자를 보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언제나 조직원들을 대하던 상사이자 선배의 인품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역시 좋은 리더는 ‘마지막 헤어짐에서도 빛을 내는 구나’ 싶었습니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도, 마지막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고,
앞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구성원들에게 제안하는 모습에서,
진짜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데 충분했습니다,
그런 모습도 근사해 보였구요,
회사를 20년이상 다니다보니, 뭐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면서, 과거 일들이 생각이 나는데요,
마지막 떠나는 상사들의 여러 뒷모습중, 최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도, 해고 통보를 받고선 새벽에 출근해서, 아무도 모르게 짐을 들고 나가는
여러 선배분들의 이야기는 내심 마음이 아팠더랬습니다.
부족한 모습도 있었지만, 한때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을,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느닷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젠가 그런 날이 누군가에게 오면, 사람들을 다 둘러 모아서, 함께 악수를 하고,
그동안 함께 했음을 감사하고, 헤어지는 모습을 만들어보자 싶었는데,
상상했던 근사한 모습의 절반 정도는 실행해본 것 같습니다.
(상사의 ‘느닷없는' 눈물 앞에선 저역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구요)
언제나 그런 헤어짐의 날들이 찾아오면 생각나는 조병화 시인의 ‘공존의 이유’를 남기며,
좋은 리더이자, 근사한 경영자였던 그분의 앞날에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공존의 이유 -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