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세 개
보건실에서 나왔을 때,
체육대회는 이미 절반쯤 지나가 있었다.
운동장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응원 소리는 멀어졌고,
음악은 박자만 남은 것 같았다.
진용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지 않았다.
괜히 시선이 모일 것 같아서
체육관 쪽으로 돌아 나갔다.
대진도
말없이 따라왔다.
체육관 뒤편은
항상 애매한 공간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딱히 갈 데 없는 애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오는 곳.
체육관 벽에 기대
무환이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같은 반이지만
항상 먼저 자리를 피하는 애였다.
정확히 말하면
도시락을 세 개 펼쳐 놓고.
진용은
알아보듯 잠깐 멈춰 섰다.
눈으로
한 번 더 셌다.
세 개였다.
“야.”
이번엔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무환이 고개를 들었다.
놀란 기색은 없었다.
“왜 세 개야.”
대진이 먼저 말했다.
“우리 거냐.”
무환이 쳐다봤다.
“아닌데.”
무환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급식 맛없잖아.”
잠깐 멈췄다.
“두 개는 반찬이야.”
그때
운동화 소리가 들렸다.
고무바닥을 긁는 소리였다.
“거기서 뭐 하냐.”
생활지도부 선생님이었다.
젓가락이
공중에서 멈췄다.
도시락 하나가 기울었다.
“어, 선생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시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뚜껑이 열리며
소시지가 굴렀다.
체육관 바닥을 한 바퀴 돌고
벽에 부딪혀 멈췄다.
진용의 시선이
그 소시지를 따라갔다.
“이게 뭐야.”
선생님이 말했다.
“도시락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무환이 말했다.
“배고파서요.”
대진이 옆에서 말했다.
“저희도 같이 먹으려고 했어요.”
“같이 먹는다고?”
“네.”
잠깐의 침묵.
“그럼 왜 여기서 먹어.”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셋 다.”
선생님이 말했다.
“교무실로 와.”
도망칠
타이밍은 없었다.
진용은
잠깐 망설이다가
가운데에 섰다.
셋은
나란히 걸었다.
교무실 문이 열렸다.
잠깐 서 있었다.
문이 닫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