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2회

보건실의 천장

by 김성훈


보건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문이 닫히자

운동장이 사라졌다.


응원 소리도,

음악도,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문 하나에 막혔다.


진용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형광등 불빛이 눈에 곧게 내려앉았다.

깜빡이지도 않았다.


괜히 더 또렷해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숨을 크게 쉬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가슴만 부풀었다가 내려앉았다.


침대 옆 의자가

삐걱 소리를 냈다.


보건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 한 컵을 놓아주고

커튼을 쳤다.


커튼 너머로

그림자 하나가 움직였다.

곧 옆 침대의 커튼이 열렸다.


“야.”


대진의 목소리였다.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진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장을 봤다.


잠깐의 침묵.

보건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거절 멘트가…”


대진이 말을 멈췄다.

고르는 중인 것처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도 아니었어.”


진용이

고개를 조금 돌렸다.


“뭐였는데.”


“‘저기요, 누구세요?’였어.”


웃음이 났다.

웃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말이 너무 정확해서였다.


웃음 끝에

비린 침 냄새가 섞였다.

목이 말랐다.


“야.”


대진이 덧붙였다.


“이건 거절이 아니라

본인 인증 실패다.”


진용은 웃다 말고

눈을 다시 감았다.


“그걸 단톡방에 올렸다고?”


“응.”


대진은

쉽게 말했다.


“가족 단톡방에도.”


진용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엄마가 바로 답장했지?”


“응.

‘아들, 힘내. 저녁은 고기다’.”


“그래도 고기는 확보했네.”


말은

위로 같기도 했고

농담 같기도 했다.


다시 조용해졌다.


보건실 밖에서는

체육대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확성기에서 이름이 불렸고

박수가 터졌다.


그 소리들이

이 공간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야.”


진용이 말했다.


“성 빼고 말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


대진은

바로 대답했다.


“어.”


“왜냐면—”


설명하듯

손을 들었다.


“2반에

같은 이름이 세 명이잖아.”


“전교 1등 하나,

투포환 하나,

선생님 딸 하나.”


형광등이

윙— 소리를 냈다.

괜히 길게 이어졌다.


“애들이

누구한테 고백한 거냐고

내기 중이야.”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진이 덧붙였다.


“너 지금

학교 공식 미스터리야.”


진용은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여름은

망했네.”


잠시 후,

그가 덧붙였다.


“시작도 안 했는데.”


대진이

짧은소리를 냈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였다.


“환영한다.”


다시 조용해졌다.


커튼 너머로

보건 선생님이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


“얘들아,

조용히 좀 해.”


낮은 목소리가 스쳤다.


누군가

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진용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작은 상자가 만져졌다.

각진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쥐고 있으면 아픈데

놓을 수도 없었다.


꺼내지는 않았다.


지금

꺼낼 이유가 없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진용은

천장을 다시 봤다.


형광등은

여전히 밝았다.


윙—


눈을 감아도

그 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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