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의시
인연도 바람이다
산우 이은주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그냥 바람처럼 바라 보기로 했습니다.
바람이 부는 마당가에 섰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흘러가면 가는 대로 머리카락 날리며
화장기 없는 얼굴로 바람을 흘려보냈습니다.
흘러가는 인연을 붙잡으면
붙잡는 시간만큼 외롭습니다.
생각나면 나는 대로 그러다 잊어지면 잊어지는 대로
붙잡으려고 애쓰는 만큼 외롭고
외롭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만큼 더 외롭습니다.
그냥 외로움도 바람처럼 지나가겠지.
외로움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외로움을 겪어봐야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압니다.
바람처럼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왔다가 흘러가기를
너도 바람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