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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우 이은주 Mar 27. 2024

열병


산우 이은주




꽃이나


사람이나


자기가 살던 환경이 바뀌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인가 봅니다.



천수암을 떠나온 난꽃이


아무리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고


달달한 감로수를 주어도


새카맣게 타 들어갑니다.




며칠새


시름시름 검어지더니


우르르르 모든 잎이 검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꽃이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기까지


엄청난 멀미를 한답니다.



꽃도 저를 진데


사람은 오죽할라고요.



갑자기 생활의 변화가 오면


쉽게 깨어나지 못하는 열병을 앓습니다.


그 병의 기간이 길든 짧든


지나가야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잘 견디고


얼마나 잘 버틸지


그것은 시간만이 알이지요.



저도 지금 자리를 옮긴 꽃입니다.


그리고


하루는 검어졌다가


하루는 버티었다가


먼 내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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