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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받으시오, 福 福 福

열세 줄의 지푸라기

by 에밀리


열세 줄의 지푸라기 / 유이정



굵은 짚으로 가로줄을

부드러운 짚으로 세로줄을

십자 형태로 올려 감어주는

가로 세로 열 줄의 대화가 이어진다

위아래로 나란히 아래 짚 위로 걷어 올리고

올린 짚을 다시 내려서 날줄을 엮어간다

가상이 가운데부터 구부려 테두리 틀고

위에 줄을 각 잡아 매듭짓는다

위로 올려진 짚풀을 하나씩 아래로 내려서

세 마디로 나란히 두 줄은 돌려서 맺고

마지막 줄은 뒤에 두 번씩 살포시 묶는다

새끼를 꽈리 꼬아 두 개의 조리를 이어

그 안에 돈 성냥 엿 그리고 꿈을 채운다

옆으로 나란히 앉은 복조리 한 쌍

근심 두려움 열패감은 거르고

밝음이 맑음이 오뚝이 담기를


복아 붙어라! 붙어!

복 받아라, 복복복!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공예 체험장에서 지푸라기를 만지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어린이들 부모님들 함께 나누는 대화, 신뢰의 눈빛, 경청, 정성, 격려가 반짝이는 일요일 아침이다.


십수 년, 길게는 14년째 봉사 중인 자원활동가 선생님들, 대부분 십 년 이상 동기간처럼 활동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장인정신과 헌신 어린 배려가 돋보이는 활동이다. 전통공예 맥을 잇고,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어서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복조리를 새해 첫새벽에 구입해야 복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 가가호호 집집마다 복조리 장수가 담 밖에서 마당으로 던진 복조리 값을 자발적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첫날 구입한 새로운 복조리를 걸어 놓고서 돈, 엿, 성냥을 안에 넣었다.


돈은 아쉽지 않게 풍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엿은 딱 달라붙어 다른 데로 복이 달아나지 않게, 성냥은 불처럼 집안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대나무로 만든 본래의 조리는 밥 짓는 빈도에 따라 실제로 쉬이 닳아 자주 교체하면서 썼다. 가족 한 명 한 명의 건강 소원 꿈을 담아 정성껏 빌며 복조리에 쌀을 일었다.


남산골에서는 지푸라기를 이용하여 복조리를 만든다. 집중의 기쁨, 만들어가는 성취감, 가족 단위 협업으로 안정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체험장에서 짚으로 만드는 까닭은 대나무보다 다루기가 쉽고 관상용, 액세서리, 키링, 미니어처, 소품 등으로 활용도기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버릴 것 없는 생활 속 지혜에 감탄한다. 짚신, 도롱이, 돗자리, 모자, 바구니 등 생활공예품을 자연물 소재로 만들어 써왔다.



복조리는 다섯 줄의 씨줄과 다섯 줄의 날실로 엮고 마지막 손잡이 부분을 세 마디로 나눠 매듭 하는 열세 줄 지푸라기에 섬세한 정성을 쏟아 간절한 꿈을 심는다.


어린 친구들도 집중해서 곧잘 따라 한다. 초등 3학년 이상 대부분의 친구들은 놀랍게도 패턴을 쉬이 익힌다. 연신 웃으며 어른보다 압도적으로 이해가 빠르고 손재주가 유난히 뛰어난 친구들을 종종 본다.


유아들은 혼자서 만드는 것은 어렵다. 옆에 같이 천천히 설명해 주며 자신감 갖게 계속 흥미를 유지하게 북돋워야 한다. 작은 역할도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경험이 값지다.


유아와 초등 저학년 어린이는 짚풀을 다섯 개씩 열 개를 직접 고르는 과정도 결연하다. 천천히 하나씩 패턴을 익히게 아이의 손을 잡고서 같이 해낼 수 있게 북돋는다.


느리지만 해냈다는 기쁨, 격려하며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 멋진 작품이다. 인내, 존중, 집중, 협업하는 태도가 예술작품으로 빛난다.


체험 활동이 끝나고, 지푸라기와 가위와 색연필 리본끈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빗질을 하고 의자와 책상을 쏜살같이 치운다. 활동가들끼리 싸 온 음식을 펼치고 친교를 나눈다. 자발적으로 준비해 온 찰밥 갓김치 절인 오이지무침, 토마토 사과....

새참을 들면서 피드백 주고받는 소통의 시간도 소중하다.


갓김치 발효 깊은 맛으로 최상의 풍미에 푹 빠져든다. 화려한 장식 없는 정 깊은 고향의 맛, 그 맛에 일요일 아침 힘차게 달려간다. 사람도 일도 적당한 발효와 숙성이 필요하다.


칠십 대 팔십 대 활동가 선생님들에게 겸허한 자세로 나누는 삶을 배운다. 댓가 없이 한 자리에서 십 년 이상을 꾸준하게 한결같이 함께하는 삶이 반짝인다.


물처럼 흘려 보낼 뻔한 일요일 아침을 '소통하는 사랑'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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