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발로 페달을 딛고 첫 바퀴를 돌릴 수 있게
나는 특목고인 과학고 2학년때 대학 시험에 합격했다.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남은 학교 수업과 기숙사 생활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새벽 신문 배달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는 시내에서 전교생이 한 학년에 60명, 기숙사 생활을 했다. 낮에는 여전히 교실에서 수업하고 저녁에도 교내에서 생활하고 주말은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했다.
당장 토요일에 학교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문 배급소를 찾았다. 배달원 구한다는 한두 군데를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다
"대학 가기 전, 몇 달만 새벽에 신문을 배달하고 싶습니다. 단, 구독료를 받거나 홍보하는 일은 안하고 새벽에 배달만 하는 조건으로 하겠습니다"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고 어린 나이에 사람들 상대하는 것도 복잡할 듯했다.
마침내 동아일보 배급소에서 일하기로 했다. 한 달 월급은 3만원 정도로 기억한다. 대학교 등록금이 100만원 가까이 되던 시절이었다
배급소장이 "학생, 자전거 탈 줄 알아? 자전거는 있어?" 물어보길래, "자전거 탈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탈 줄 몰랐지만, 배우면 되니까. 자전거 한 대를 받아서 월요일부터 새벽에 배달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끌고 고등학교 옆 초등학교로 갔다. 아직까지 자전거를 못 탄다는 현실이 창피하기도 했고, 당시에는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서 연습하기도 어려웠다.
주중 새벽에는 걷거나 뛰면서 신문을 배달했다. 주말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했다. 나는 숱하게 넘어졌고, 다시 일어났다. 다리뼈를 페달에 맞아 가면서도 여전히 혼자서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드니, 저만치 운동장에 나처럼 홀로 연습하는 학교 선배가 눈에 띄었다. 나보다는 조금 잘 탔다. 가까이 가서 도와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자전거는 혼자 배우는 거다! 나도 그랬어. 너도 혼자 배우도록 해 봐" 말하고는 무심하게 가버렸다.
자전거 페달을 양발로 한 바퀴 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오른발, 왼발로 페달을 딛고 한 바퀴만 돌릴 수 있다면 탈 수 있겠구나!' 이치를 깨달았다.
몇 번의 주말 연습을 하고 드디어 어렵게 한 바퀴 돌리는 것을 성공하고, 다음 주말에 또 반복했다. 한 달 후부터는 자전거를 끌고 타고 하면서 신문 배달을 하게 되었다.
자전거의 페달을 양발로 딛고, 바퀴를 한 번 돌리는 것은 내 몸과 자전거 무게를 두 발로 힘을 줘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것!
마치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과 같다. 넘어지고 힘들어도 오른발, 왼발, 그러면서 처음 두 발로 딛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반복 연습하면서 걷는 것은 물론, 뛰기까지 익숙하게 할 수 있다.
내가 사 남매 너희들에게 자전거를 가르칠 때도 간단한 그 원리를 적용했고 또한 성공했다. 각각의 발로 페달을 딛고 처음 한바퀴를 돌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만 성공하게 도와주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연습하면 된다. 다들 그렇게 자전거를 배웠다.
너희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 2024년 12월 7일
여섯 식구 단톡방에 사 남매 아빠가 쓴 글을 에세이로 재구성해서 옮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