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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의 미학

우리는 조금씩 삭아가며, 그렇게 서로에게 향이 된다

by 에밀리


홍어는 썩지 않는다. 다만 부패 대신 발효를 택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살을 천천히 녹이며, 암모니아 기운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 냄새는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삶의 증언이다. 처음 마주한 이는 고개를 돌리지만, 그 냄새는 단순한 비린내가 아니라 몸이 시간을 통과하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삶이란 썩지 않기 위해 썩어야 하는 일, 홍어는 그 잔혹한 생존의 품격을 보여준다.


홍어의 향은 감각의 금기를 시험한다. 처음엔 불쾌하고, 곧 강렬하며, 마침내 중독이 된다. 혀끝이 망설이지 않는 순간, 그 냄새는 더 이상 외부의 것이 아니라, 안으로 스며든 세계가 된다. 이 감각의 전복은 사랑과 삶의 본질을 닮았다. 때때로 낯선 냄새를 맡으면서 거부감과 동시에 끌림도 느낀다. 홍어의 냄새는 불쾌와 매혹이 공존한다.


홍어의 발효는 생물학이 아니라 철학이다. 썩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질서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은 인간의 욕망과도 닮았다. 억눌릴수록 깊어지고, 시간을 견딜수록 향이 난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시간에 젖은 몸의 내력이다. 홍어는 그것을 품은 존재로, 부패의 시간 속에서도 생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역시 발효다. 처음엔 달고 부드럽지만, 오래 함께할수록 서로의 냄새가 진해진다. 사랑은 향기를 나누는 일이 아니라, 체취를 견디는 일이다. 그 냄새 속에는 서로의 이기심, 불안, 상처가 녹아 있다. 우리는 상대의 ‘삭힘’을 견디며 성숙해지고, 그 냄새를 받아들이며 '나'를 배운다. 결국 사랑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통해 상대를 품는 기술이다.


홍어의 냄새를 혐오하는 이는 아직 감각의 표면에 머문다. 그 냄새를 견디며 미소 짓는 이는 안다. 비린내는 생명의 냄새이며, 죽음과 삶이 맞닿는 지점이다. 그 경계에서 인간은 비로소 깨닫는다. 홍어의 미학은 혐오의 끝에서 피어나는 생의 미감이다. 그것은 숨기지 않는 몸, 발효된 시간, 그리고 타인의 냄새를 통해 자신을 알아보는 일이다. 우리는 조금씩 삭아가며, 그렇게 서로에게 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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