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지만, 가장 위대한 일

— 한 아이를 키워내며 나도 함께 자란 시간

by 제이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엄마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대단한 것이 없어 보인다.
남편과 아이의 식사를 챙기고, 학교와 학원에 라이드를 하고,집을 정리하고 장을 본다.

눈에 띄는 성과가 있는 것도, 누군가가 “수고했어요”라고 말해주는 일도 아니다.

직장에서 일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워킹맘과 비교하면
전업주부로서의 나는, 잘해도 티가 나지 않고
못해도 누구의 탓도 받지 않는 사람 같았다.
식사 준비나 집안일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 지난 18년을 돌아보면
그건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든 순간마다, 나도 조금씩 자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0~3, 안의 세상
이 시기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울면 안아주고, 요구에 즉각 반응해야 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신뢰’를 아이 마음에 심어주는 일이었다.


4~6, 스스로 해보려는 시기
“내가 할래!”라는 말이 늘어났다.
넘어지고 울다 다시 일어서며 세상을 배웠다.

엄마의 역할은 아이를 다치지 않게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다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해보게 하는 것’이었다.


� 초등 시절, 규칙과 책임을 배우는 시간
하기 싫은 숙제를 끝내야 하는 이유,
친구와의 다툼을 풀어내는 방법,
학교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의미를
아이와 함께 배워가는 시기였다.
그때의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 보며 옆에 서 있었다.


� 중학교 시절, 손은 놓되 눈은 마주 보는 거리
사춘기가 시작되며 아이는 자기 세계를 만들어갔다.

통제보다 필요한 것은 관심과 신뢰, 그리고 거리두기.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용기가

엄마에게 먼저 필요했다.


� 고등 시절, 믿음으로 지켜보는 시간
이제는 진로와 가치관을 스스로 탐색하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자라나는 시기다.
이때부터 엄마의 역할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된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때로는 눈물이 나도록 벅차고,
때로는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지만,
그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이 숨어 있다.

한 인간이 태어나 성인으로 자라는 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사람 —
그건 오직 엄마, 그리고 가정주부다.


가정주부의 하루는 눈에 띄지 않지만,
그 하루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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