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같았지만, 기억은 달랐다

by 제이

삼 형제 중 나는 둘째 딸이다.
위로 언니가 있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다.
그 세대의 많은 부모들이 그랬듯, 우리 엄마도 아들을 꼭 원하셨고, 딸 둘을 지나 태어난 막내아들은 늘 집안의 중심이었다.


언니는 첫째라는 이유로, 동생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린 내 눈에는 모든 게 늘 조금씩 불공평해 보였다.
나만 빠져 있는 돌잔치 사진, 더 좋은 과외를 받는 언니와 동생….
그 모든 게 ‘엄마가 나에게는 관심이 적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
언니와 동생과 함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기억하는 엄마와 아빠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든든한 지지자였던 아빠가
언니에게는 “첫째니까 잘해야 한다”라고 늘 기대를 요구하는 존재였고,
동생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조금은 무서운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늘 나를 덜 사랑한다고 느끼게 했던 엄마는
언니에게는 ‘셋을 헌신적으로 키운 강한 엄마’였고,
동생에게는 ‘너무 많은 간섭을 하는 엄마’였다.


같은 집, 같은 식탁, 같은 엄마였는데
우리는 전혀 다른 얼굴을 기억하며 어른이 되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그 나이에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해석’에 가깝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의 사랑은 같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표현은 결코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틈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뒤늦게야 천천히 선명해진다.


어른이 된 후 셋이서 그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졌다.
어릴 적 억울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게 ‘엄마의 의도’는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알아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의 나는 부모의 마음을 다 알 수 없었고,
지금의 나는 아이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다.


사랑은 늘 같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받아들여지는 모양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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