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콕 찌르는 순간이 있다.
슬픔인지, 서운함인지,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복잡하던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찾아간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방법을 찾고,
어쩔 수 없다면 놓아보는 연습을 하며 스스로를 달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작은 이론이
유독 ‘아들’에게만큼은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독립이 빨라진다.
아들도 이제 큰 연휴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다음 주면 드디어 몇 달 만에 아들을 볼 수 있는 땡스기빙 연휴.
그동안 못 보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벌써 설레는데,
아들의 연휴 계획표는 생각보다 빼곡하다.
여자친구, 친구들… 일주일이 모자라 보일 만큼 바쁘다.
내 20대 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콕 아프다.
아마 이 모든 ‘처음’을 아직은 배우는 중이기 때문인가 보다.
연휴 계획을 이야기하는 아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그 안에 나는 없다는 사실이 순간 마음을 찔렀다.
전처럼 온전히 일주일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어딘가 기대하고 있었던 나를 마주한다.
이제 아들은 내 품보다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내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나이가 되었다.
그 사실이 참 자랑스러우면서도, 또 조금은 슬프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의 것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 인생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이 성장의 과정을 기분 좋게 바라보며 지나가는 것.
아직은 낯설고,
가끔은 마음 한 곳이 콕콕 아프겠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이 변화조차 한결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나를 만나게 되겠지.
내년 이맘때에는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조금 더 단단해진
나 자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