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각자 예민한 부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건 건강이다.
아이가 조금만 열이 나도
나는 최악의 상황부터 떠올린다.
남편과는 평소 다툼이 없는 편인데,
우리가 싸우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건강검진을 미룰 때다.
나도 내가 이 부분에 예민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건 성격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대학교 때, 아빠는 암으로 돌아가셨다.
몇 년을 투병하시다 떠나신 그날까지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수술실 앞 복도에서
끝없이 이어지던 기다림,
결과를 설명하던 의사의 표정,
마지막으로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빠의 얼굴.
그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남아
지금도 불쑥불쑥 떠오른다.
만약 지금의 나이로
그 일을 다시 겪었다면
조금은 더 잘 견뎌냈을까 생각해 본다.
그때의 나는 아직 너무 어렸고,
그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기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내 안을 떠돌고 있는 것 같다.
결혼 초에는
시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법을
나는 이미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아는 만큼, 더 아팠다.
그 이후로
이 예민함이 쌓인 것 같다.
어디서 본 말이 있다.
고민이 많다는 건
아직 아프지 않다는 증거라고.
하지만 아프면,
모든 걱정은 하나로 줄어든다.
성적도, 진로도, 돈도, 관계도
그 앞에서는 전부 밀려난다.
나는 그걸
책으로 배운 게 아니라,
몸으로 겪었다.
남편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을 자주 미룬다.
또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로
병원이라는 공간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는데도
암이 발견되고,
불과 몇 달 만에 떠나셨기 때문이다.
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는 늘 그를 설득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고칠 수 있는 병도 많다고,
1년에 한 번
“나는 건강합니다”라는
성적표를 받아오면
그 한 해가 마음 편하다고.
그 과정이
말싸움으로 번질 때면
가끔은 지친다.
왜 내가 그의 건강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억울해질 때도 있다.
그런데도
조금이라도 아프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아프면 아무것도 못 먹는 나와 달리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금방 회복하는 남편을 보면
고맙고, 예쁘다.
나는 오늘도
남편에게 검진 예약을 하자고 말한다.
잔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나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사랑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