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독립 후, 둘만 남은 우리에게 함께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남편은 러닝을 하고 있었다.
“같이 연습해서 하프 마라톤 나가보자.”
남편의 제안에 나는 흔쾌히 승락했다.
그땐 몰랐다. 이렇게 힘들 줄은.
첫 한 달은 5K를 뛰는 것도 숨이 넘어갈 만큼 힘들었다.
평소 테니스를 치니까 달리기쯤이야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러닝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호흡은 거칠고, 엉덩이뼈는 쑤셨고, 발목이 욱신거렸다.
“이게 만만하게 볼 운동이 아니었구나.”
그때부터 아침마다 운동화를 신는 게 살짝 망설여졌다.
테니스 약속이 있을 땐 전날부터 기대되는데,
러닝은 이상하게도 뛰기 전이 가장 괴로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뛰고 나서의 희열을 몸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며칠만 쉬면 몸이 답답해졌다.
그렇게 러닝은 어느새 내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처음 한 달은 그저 숨쉬기 바빴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호흡의 패턴이 생기고,
팔의 움직임에 리듬이 붙었다.
매주 거리를 조금씩 늘리며
불가능할 것 같은 날도, 자신감이 차오르는 날도 있었다.
뛰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호흡이 안정되고 리듬이 맞춰지기 시작하면
머릿속이 점점 비워지고, 오히려 마음이 맑아진다.
‘생각을 멈추는 연습.’
그게 러닝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불안감과 자신감을 오가며 달려온 두 달.
오늘, 드디어 10K를 완주했다.
보통 7K쯤 되면 “이제 못 하겠어!”라는 내면의 외침이 들리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오, 할 만한데? 조금 더 가보자!”
그렇게 7K, 8K, 10K—
이 숫자가 뭐라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라톤에 도전하는구나 싶었다.
꾸준히 달리며 느낀 건,
‘변화’는 거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씩,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도전을 내게 주는 일.
그게 진짜 리셋이고,
그게 나를 다시 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