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울었던 날

by 제이

마지막으로 울었던 적이 언제였나 떠올려 보니
아들을 처음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그날의 울음은
슬픔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들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18년 동안 아이를 키워낸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으며,
이제는 매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문득 실감 나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람은 슬퍼야만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나는
기쁨과 안도, 아쉬움과 허전함이
함께 섞인 눈물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평소 냉정해 보이던 남편도 요즘은 드라마를 보며 곧잘 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보던 날도 그랬다.
자기 이야기처럼 느껴졌는지
말없이 화면만 보며 코를 훌쩍였다.
물론 내가 볼까 봐
눈물은 끝까지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서.


눈물을 흘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남자’라는 이름표는
울음마저 눈치 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울고 싶으면 울면 되지, 뭘 참아.”


내 말에 남편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날 그의 눈물은
슬퍼서라기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과 같은 아빠들의 모습이
딱하고 애틋해서 흘린
공감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눈물을
약함의 증거처럼 여기지만
사실 눈물은
마음이 아직 굳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깊이 느끼고 있다는 것,
여전히 누군가의 삶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아들을 내려놓고 돌아오던 날의 눈물도,
드라마 앞에서 남편이 삼킨 눈물도
결국은 같은 종류의 울음이 아니었을까.


사랑했고, 애썼고,
그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냈다는 흔적.


요즘 나는 가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굳이 참지 않는다.
울 수 있을 때 울어두는 것도
삶을 잘 견디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서다.


눈물은
약해졌다는 표시가 아니라
조금 더 사람다워졌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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