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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기_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옛날 노래

by 아무

https://youtu.be/E0rC_Jh8 lfs


내리네. 회색빛 거리 위에 우울한 하늘이 내려오네

그대의 촉촉한 눈빛처럼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내리네. 메마른 잎새위에 쓸쓸한 오후가 내려오네

그대의 슬픈 얘기처럼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긴 잠에서 깨어나 한참을 헤매여 다니듯 그렇게

나는 너를 잊으려고 이 빗물에 씻어 내리려

걷고 또 걸어봐도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긴 잠에서 깨어나 한 참을 헤매여 다니듯 그렇게

나는 너를 잊으려고 이 빛물에 씻어내리려

걷고 또 걸어봐도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걷고 또 걸어봐도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계절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여러 현시가 있다. 태양의 뜨고 지는 시각, 하늘의 높이, 기온, 바람. 이중 가장인 것은 비일 것이다. 처연한 겨울을 지나 내리는 비를 봄비라 부른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그간 추위에 몸을 웅크렸던 생명들이 지상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풍경을 푸르게 만든다. 또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엔 장마라는 비가 있다. 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땐 가을비가 내리며 거리에 낙엽을 쌓고, 겨울비는 곧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감현철 작곡 박학기 노래 - 1989년의 발표작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는 인연이 오고 감을 계절의 길목마다 내리는 비로 상징했다. 계절 비는 끝과 시작을 고함과 동시에 한 계절 간 쌓였던 먼지들을 깨끗이 씻어낸다. 비가 내리고 난 하늘과 거리는 청명하다. 약간 습하지만 선선한 바람은 새 시작을 맞을 마음의 환기처럼 느껴진다.


소년같이 싱그러운 그의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특정한 계절을 나타내진 않는다. '메마른 잎새'와 '회색빛 거리'로 유추했을 땐, 아마 겨울에 내리는 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화자의 주관적 시선이 담긴 비유적 표현으로 생각한다면 여름에도 메마른 잎새와 회색빛 거리를 연상하기가 가능하다.


결국 이 노래를 들으며 떠오르는 계절은 청자에 달려있다. 여름날 창가 너머로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를 보면서, 혹은 가을날 오색으로 물든 나무 아래 낙엽을 밟으면 은은하게 풍기는 그 냄새를 맡으며, 비 오는 거리를 보면서. 문학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좋은 작품은 공통적으로 여백을 두어 관객의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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