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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외국 노래_겨울왕국 OST

by 아무

https://youtu.be/ZrX1 XKtShSI

https://youtu.be/lSXtTlGK8 sM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지만, 그중 좋아하는 작품을 몇 개 꼽으라면 2014년 디즈에서 제작한 [겨울왕국]을 빼놓을 순 없겠다. [겨울왕국]은 Let it go나, Do you wanna build a snow man 같은 잘 만든 ost와 수려한 영상미뿐만 아니라, 기존의 디즈니 프린세스의 관습을 완전히 전복시킨 새롭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뽐낸다.


기존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한계점은 주체성의 부재다. 신데렐라를 예로 들자면, 그녀는 계모와 그 언니들에게 평소 구박을 받다, 무도회 날 요정의 도움을 받아 화려한 복장으로 변신하여 왕자님을 매혹한다. 그리고 신발을 통해 왕자와 재회하여 행복한 삶을 꾸린다. 백설공주도 절세미인인 그녀를 시기한 마녀가 독사과를 보내 영원한 잠에 빠지게 하지만, 길을 지나던 왕자님의 키스로 인해 깨어나 행복한 삶을 보낸다. 요컨대, 이는 작중 메인 위기를 그녀들이 주체적으로 타파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왕자님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위 작가들의 의도가 여성에겐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오고 나쁘게 살면 이에 응당한 죗값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란 모티프를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겨울왕국에도 왕자(한스 왕자)가 등장한다. 기존의 디즈니 작품 속 관습화 된 왕자처럼 훤칠하고 용모도 뛰어나고 지성과 매너까지 갖췄다. 하지만 말미에 다다르자 그는 숨겨놓았던 검은 속내를 드러내며 안나와 엘사 사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겨울왕국의 메인 갈등은 안나와 엘사 두 자매의 관계다. 엘사는 어릴 적 자신의 마법으로 동생을 다치게 한 트라우마와 부모님의 사망으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마법이란 능력을 은폐한다. 안나는 성에서 애정을 찾으려 하지만 부모님의 부재 + 엘사의 거리두기로 인한 애정 결핍을 겪는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의 배경은 엘사의 여왕식이다. 엘사는 생에 처음으로 성문을 열어 외부 세계와 접촉한다. 이는 안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둘의 심정은 자못 다르다. 노래는 안나(Kristen Bell)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손님 준비로 분주한 성 곳곳을 돌아다닌다. 수천 개의 샐러드 접시를 보고 놀라고, 도르래를 타고 올라가 속속 모여드는 배들을 보고 감개 가득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멋진 왕자님과 만나는 순간을 연기하며 흥분 가득한 심정을 표출한다. 안나의 파트가 끝나자 연주는 차분해지며 엘사로 장면이 전환된다. 그녀는 안나와는 달리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정리한다. 외부의 시선이 가장 많을 오늘, 자신의 비밀이 탄로 나지 않도록 자념 한다.


문이 열리고 둘은 대화를 주고받듯 노래한다. 그러나 이 대화엔 양자 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와 단절이 느껴진다. 듀엣이긴하지만 각자가 다른 방향을 보며 노래하는 것 같다. 이는 이후의 곡인 Love is open door와 비교했을 때 더 선명해진다.


이후 비밀이 탄로 난 엘사는 어느 겨울산으로 도망쳐 자신을 옭매던 것들을 부수고 감췄던 자아를 해방한다. 성에서 나와 다시 성으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아이러니한 장면은 엘사의 해결이 안나와의 관계 해결로는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안나는 우여곡절 끝에 엘사와 재회하고 둘은 새로운 버전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을 노래한다. 이번엔 양자 간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으나, 심적 거리는 이전보다 더 멀어진다. 엘사의 심정을 전연 모른 채로 그녀를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 안나와 자신을 더욱 고립시킨 엘사. 둘의 대립은 이 지점에서 가장 무거워진다.


[겨울왕국]이 디즈니의 이전작과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 여기서 나타난다. 고조된 둘의 갈등을 외부인의 전적인 도움으로 타파하는 것이 아닌, 엘사가 주체적으로 움직여 트롤의 조력을 받고 한스 왕자를 물리쳐 안나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둘의 갈등의 시작이 Do you wanna build a snow man이었다면 해결의 시작은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이다. 모든 생애 처음인 것들은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인간과 더불어 생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진행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과 더불어 때론 도약을 필요로 한다.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이 있다. 올해는 전쟁, 기아, 기후변화, 불신, 대립이 가장 고조된 때다.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만사를 포기하고 싶은 우리에게 [겨울왕국]은 말한다. 세상이 요지경이라도 '사랑'이 있지 않냐며 말이다. 자유의 가치가 부재 속에서 피어나듯, 사랑도 요즘 같은 부재 속에서 그 가치가 더욱 순결해지고 고결해지는 것이다.


굴종과 불신, 증오는 자생이 아닌 공멸의 길이다. 지금 자신이 직면한 시련과 고통이 매섭더라도 박애를 향한 생에 처음의 도약을 외면해선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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