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방학_가끔 미치도록 네가 보고 싶어 질 때가 있어

인디

by 아무


https://youtu.be/pq6Xwpfk98I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그와 이별하고 나서 꽤나 시간이 흘렀다. 넘어가지 않을 것 같던 밥도 잘 넘어가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예전과 반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다. 이별 당시엔, 우리가 사랑으로 그렸던 수채화의 색이 현현했었다. 그간 우리는 물을 머금은 붓으로 그 위를 문지르며 색을 바랬다. 한 겹 두 겹... 색이 혼탁해질 때쯤, 새로운 색을 덧칠했다. 그렇게 잊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현재'라는 색조 위로 가끔 과거의 색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사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색은 과거의 물감이 부지중에 섞여있는 것이었다. 특히 너와 그렸던 그림은 이 세상 속 불가침한 독자성과 고유성을 가지니 말이다.


만약이란 두 글자가 오늘을 무너뜨린다. '만약 그때 내가 널 잡았더라면, 만약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릴 수 있었던, 그리지 못했던 미래들이 물꼬 터지듯 그려진다. 사랑이건, 삶이건, 그때보다 더 성장힌 지금에서 그와 만난다면, 당시의 미움은 잊어버리고 좋았던 기억만 다시 꺼내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마음은 미련인가? 현재 속에 은은히 풍기는 네 향수는 미련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인가.


우리의 좋았던 기억들이 상기된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안았던 때가 연신 그리워진다. 하지만 화자는 이 그리움을 미련의 형상으로 전이되도록 하진 않는다. 우리가 그 당시에 그토록 좋았던 이유는 '그때'였기 때문이다. 각 사랑의 배경은 고유적이다. 따라서 시기를 지난 사랑을 복기한다 해도 당시의 향수와 사랑을 재현하기란 어렵다. 결국 화자는 외려 '삶'이라는 거대한 기억의 집대성 속에, 한 필름 속에 좋은 '신'을 남겨주어서 고맙다며 전한다. 그렇게 미련을 소거하다 보면 너를 미치도록 안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뭐가 되었든 간에,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는 것은 사실이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Kingfish_I put a spell on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