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 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는 허진호 감독의 2001년 영화 봄날은 간다의 크레디트에 삽입된 곡이다. 우선 영화 봄날은 간다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음악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가 은수(이영애)를 만나 사랑하고 헤어짐의 과정을 담고 있다. 특이하게도 둘의 헤어짐엔 멜로영화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부모님의 반대나, 경제적 궁핍 같은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단지 둘의 사랑에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작중 말미에 유지태는 헤어지자는 은수를 향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푸념한다. 이 말을 들은 은수는 아무 말이 없다. 상우는 은수를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뒤돌아 프레임 밖으로 벗어난다.
삶에 있어 계절은 영원할 것처럼 순환한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을 지나면 한 해가 가고, 다시 봄이 오고. 계절은 반복되지만 작년의 봄과 올해의 봄과 내년의 봄에 마주했던 마주한 마주할 인연은 다르다. 작년 봄에 만났던 인연이 올봄이 되면 비자발적으로 문득 떠오른다. 작년엔 이 길을 그와 손잡고 걸었다면, 이젠 나 혼자서 걷는다. 흐드러진 꽃잎이 바람에 날리면,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총총거렸던 그의 모습이 연상되며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러나 인간은 과거형도 아닌, 미래형도 아닌 언제나 현재형이다. 과거 떠난 이에게 아직 미련이 남았어도, 미래 만남을 추구하는 이에 애정이 한가득이어도 해는 뜨고 지고 계절은 가고 한 해도 간다. 삶이 책이라면, 현재라는 활판에 인쇄된 과거란 문장의 취합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문장 속에 '너'라는 단어가 미련과 아쉬움의 형태로 윤이나게 빛나는 것이다.
작중 상우와 은수, 둘의 사랑은 갔다. 일말의 마음이 남았을지언정 말이다. 그럼에도 계절은 간다. 이는 영화의 제목이 과거형 '봄날은 갔다'가 아닌 현재형 '봄날은 간다'인 이유기도 하다.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의 화자도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떠나간 그를 그리워한다. 여타 활기찬 봄노래와 달리, 그녀의 묵직하며 쓸쓸한 음색은 곡의 분위기를 힘껏 처연하게 만든다. 곡의 배경은 한창인 봄이라지만 삭풍 같은 그녀의 고적한 음색과 대비되며, 사운대는 가지에 매달린 꽃잎을 보며 지나간 '그'를 떠올리는 모습을 재현한다. 이 얼마나 초연하며 아름다운 광경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