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적당히 식어가는 우리, 우리의 미소들
어딘가 어색해진 두 손, 조금 무거웠고
낯설게 불편해진 너의, 너의 그 눈빛들
알잖아 난 이런 게 불안해
차갑게 날이 서는 우리, 우리의 목소리
서로의 문장에 베이다 고개를 돌리고
너와 나 사이의 벽에는 낙서만 가득해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왜 그렇게 우린
희미해진 촛불
새까맣게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
채울 수 없었잖아 우린, 우린 늘 혼잔걸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또다시 다른 이를 찾을까요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희미해진 촛불
새까맣게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
채울 수 없었잖아 우린, 우린 늘 혼잔걸
아직도 나는 잘 몰라요
당신은 어디로 떠나나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또다시 다른 이를 찾을까요
언젠가 조금 더 알겠죠
그때의 우린 어디쯤일까요
지금의 우린 어딘가요
상호 간에 오가는 말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처럼 섬세하게 구성되어있지 않다. 단지 그 상황에 맞는 가벼운 말들만 오갈 뿐이다. 낡은 화장실의 벽에 맥락 없이 중구난방으로 적혀있는 낙서처럼, 서로의 마음에 의미 없는 문장들을 기분 따라 갈긴다. 이 문장들엔 상대에 대한 깊은 마음 따윈 없다. 그래서 어떤 문장들은 칼로 새긴 낙서처럼 무척 쓰린 상흔을 남기며 양자간의 감정을 소모한다. 이 소모는 희미해진 촛불, 그을린 벽지, 비어버린 잔들로 은유된다. 무언가의 있음은 없음이 되고, 새카맣게 그을린 벽지와 녹아내린 촛불처럼 본래의 형태를 잃은 무엇이 된다.
상처뿐인 화자는 상처뿐인 상대를 떠나보낸다. 남아있는 건 애정 대신 작은 미련뿐이니 구태여 잡진 않는다. 단지 어딘가를 향해 작아지는 상대의 뒤통수를 향해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린 각자 어떤 다른 사람을 만날까요, 그때쯤 우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 우린 어딘가요. 아마 그의 대답은 "몰라요"다. 이 세계는 당장 내 몸만이 간신히 보이는 짙은 안개가 가득하지 않는가. 우리는 방향을 가지고 특정 대상을 향하기보단, 팔을 쭉 뻗어 허공을 휘적이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대상에 닿게 되는 것이다. 그때서야 우린 저 어딘가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말할 수 있다. 내가 어디로 왔고 누굴 만났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