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https://www.youtube.com/watch?v=DnfGa7wZUJY
밴드 쏜애플의 EP '서울병'의 수록곡 '석류의 맛'은 불교 신화 귀자모신을 모티브 삼았다. 귀자모신은 본디 어린아이들을 잡아먹던 야차녀로, 그로 인해 많은 부모가 참척의 아픔으로 비탄에 빠지자, 석가는 그의 막내 자식을 7일간 숨겨놓아 자신이 탐한 아이들의 부모의 슬픔을 똑같이 겪게 하여 그를 교화했다. 이후 그는 불교에 귀의하였고 해산과 양육의 신이 되었다. 귀자모신의 그림을 보면 한 손엔 아이를 다른 한 손엔 석류를 들고 있는데, 석류는 마(魔)를 없애는 과일로, 석가가 야차녀에게 다시 악한 생각이 들 때 먹으라며 주었다고 한다.
이젠 까마득해요
온전한 당신을 먹은 기억
...
도망쳐 온 하늘에는 새가 없어요
다다랐던 땅에는 그댈 닮은 것이 자라나요
...
오도독 오도독
혀를 씹을 만큼 삼켜도
내 안에 똬리 튼
검은 구멍 짙어만 지네
...
머리가 새카만 짐승의 고기는 먹는 게 아니라 했다
그렇게 사람이 된다면 차라리 난 귀신이고 싶어라
...
한참을 떨어진 것 같은데
바닥은 어디?
마치 천번 쯤 거짓 말을 한 것 같은 기분
...
끝이 없는 끝을 내게 줘
이 노래의 화자는 야차녀로, 뷸교에 귀의하여 인육을 탐하지 않으려 석류를 까먹는다. 가사의 첫 줄에서, 화자는 당신(어린아이)를 꽤 오래 먹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심중에 스멀스멀 자라나는 악을 일소하지 못한 듯, 수련의 공간을 벗어나 인간도로 도망친다. 화자는 도망친 그곳에서 인간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데, 이를 억제하려 석류를 먹어도 그 달콤한 맛이 느껴지긴커녕, 똬리튼 욕망이 이성을 감싸 입을 쩍 벌려 삼키는 것 같다. 결국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화자는 다시 인육을 탐한다. 그 맛은 무척 황홀한지라, 그간의 수련은 생각나지 않고 차라리 도로 귀신이 되어 양껏 인육을 탐하고만 싶다. 석가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욕망에 굴복한 그는 지옥도를 향해 한참을 추락하며 해탈까지 끝없이 육도를 윤회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차안은 고통으로 가득하며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이를 겪게된다. 가장 좋은 건 차라리 이 세계에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고된 마음 수련으로 해탈하여 피안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영원히 삼계육도에서 생사를 반복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도는 피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계이지만, 동시에 그릇된 욕망에 쌓여 타락하기도 쉽다. 일상은 이 악으로부터의 저항의 연속이다. 생멸의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끝없는 번뇌가 위 곡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