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비빔밥

지금 교실에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

by Agnes

캠퍼스가 학생들로 넘친다.

오늘은 캠퍼스에 아침 일찍부터 푸드 트럭과 야외 테이블, 의자가 속속 세팅되더니 점심 즈음에는 음식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섰다. 아마 가을 축제 기간인가 보다. 지난 주말에는 테니스 코트장에서 하루 종일 게임이 진행됐다. 응원 함성과 함께 텅, 텅, 라켓에 볼 부딪치는 소리. 코로나가 오기 전과 같은 소리가 들린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가을 더위에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덥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전면 대면 수업으로 돌아온 지 6개월이 꼬박 지났다. 우리는 다시 종이책을 들고 다니고, 유인물을 출력해서 나눠주기 시작했고, 숙제를 종이로 받기 시작했다. 2년을 꼬박 '카톡 없인 못 살아'라고 외치며 사진으로 텍스트로 모든 것을 주고받았는데, 하나 씩 하나 씩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과연, 돌아가야 할까? 우리는 지금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의 방식들을 반반 섞어 쓰고 있다. 내가 교실에서 자주 하는 표현으로 하면 '비빔밥'이다. 하나의 문법을 가르치고 그 문법을 연습하고, 또 다른 문법을 가르치고 그 문법을 연습한 후, 마지막에는 여러 가지 문법이 섞여 있는 '종합' 문제를 연습시킨다. 영어로 치면 [동명사]라고 쓰여 있는 문제와 'to 부정사'라고 쓴 문제를 연습한 후 마지막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건 비빔밥 문제예요."라고 말한다. 지금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이 딱 그와 같다. 우리는 한 장소에 모여서 직접 얼굴을 보며 공부하지만, 무언갈 주고받으며 소통해야 할 때는 오픈 채팅을 활용한다. "선생님의 스크린을 보세요"가 아니라, "오픈 채팅을 보세요"라고 하면, 우리는 모두 핸드폰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분이 주말에 먹은 음식 사진을 하나 씩 올려 보세요."라고 하면, 우리는 모두의 사진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텍스트를 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 학습자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있는 툴은 더 많아진다.


지금 교실은, 학습자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기에 아주 딱 좋은 상태이다. 우리는 언제든 무엇이든 전환이 가능하다. 실전을 겪은 용병들이라고 할까. 그런데 나는 가끔 그런 생각도 든다. 교수방법이 진보하고 세련된 것이, 정말 좋은 걸까. 그냥 복잡해진 건 아닐까.


백만 년 전에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학교에 유명한 사회 선생님이 계셨다. 세계지리 선생님이셨는데,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 분야의 선두주자셨다. 우리는 세계지리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지역 별로 색깔을 칠하며 태그를 달고 공통점들을 그루핑 하며 신개념의 교육 툴을 먼저 맛보는 행운을 겪었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도 했다. 그냥 책만 펴고 수업을 하면 편할 것 같은데, 왜 우리는 이렇게 사회 시간만 되면 컴퓨터 실로 이동해서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하고 종종 인터넷이 끊겨 가며 색깔을 어렵게 컴퓨터로 칠하고 있을까. 그냥 책 펴고 색연필로 슥슥 그으면 되는데.




익숙해졌으니 지속한다거나 이미 준비되었으니 활용할 게 아니라, 할 수 있지만 그리고 아깝지만 버려야 할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할 수 있는데 버릴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버려야 할 것이 고전적인 방식일 수도, 새로 등장한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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