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르치다가, 문득 한국 사람이 미워질 때가 있다. 싫어질 때가 아니라 미워질 때다.
으이그.... 싶을 때. 그럴 때가 있다.
#1. 사진 찍지 마세요.
나는 한국 여성 중 키가 큰 편에 속한다.이 글을 쓰려고 인터넷에 다시 한번 검색해 보니까, 한국 여성의 평균 키는(연령대 별로 차이는 있지만) 160 전후라고 한다. 20-30대는 이보다 1~2cm 정도 더 크고, 50~60대는 이보다 1~2cm 정도 더 작긴 하지만, 평균으로 하면 160쯤. 나는 한국 여성의 평균 키보다 약 5cm쯤 더 크다. 대학에 다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평균보다 약간 크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날은 대중교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 키가 고향에서 작은 편인지 큰 편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유럽 여자 학생이 말했다. 본인은 키가 정말 크고, 고향에서도 매우 큰 편이라고. 자기의 파트너는 자기보다 꼭 키가 커야 한다고. 보통 학생들은 앉아 있고 나는 서 있다. 그래서 보통 때는 학생들의 키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체격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런데 뭔가 연습하기 위해 다 같이 일어설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란다. 다들 나보다 많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양 학생들이 많을 때 그렇다.
그 유럽 여자 학생에게 키를 물어보니 190cm라고 했다. "우와, 정말 크네요."라고 말하니 웃으며 정말 그렇다고, 고향에서도 큰 편인데 한국에 오니 진짜 자기가 크다고,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다 아래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다 같이 진심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왠지 눈으로 본 듯 그림이 그려져서.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우리는 말을 잃었다.
한국 남자들이 자꾸 사진을 찍어요.
아이고... 신기하긴 했겠지. 우리 학생이 한국 남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컸을 테니까. 우리가 상상했던 그 광경 속에 자기가 있는 게 신기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하하하 웃으며 가족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려고 찍었겠지, 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사진을 찍다니, 그건 예의가 아닌데. 그래서 학생에게 화나고 미안한 표정을 지어준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한국어로 말하세요.
나는 이 말을 하면서 또 상상했다. 그 학생은 발음이 좋은 편이다. 키가 큰 서양 학생이 자기를 바라보며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말한다면, 얼마나 놀랄까. 정말 놀랄 거다.
#2. 반말하지 마세요.
학교 안에 있는 분식집에서 식사를 한 날이다.
나는 앉아서 식사 중이었고, 내 주변엔 다 외국 학생들이었다. 학교 안에 있는 외국 학생들은 기본적인 주문이나 계산은 가능한 학생들이다. 깜짝 놀랄 만큼 한국어가 유창한 학생들도 정말 많다. 한 번은 옆에 앉은 외국 학생이 나에게 "저기요.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너무 음식이 늦게 나와서요."라고 유창하게 말했을 때, 한국어 선생님인 나조차 깜짝 놀랐다. 교실 밖에서 만나는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을 걸면 그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동료 선생님과 식사를 하면서 들어보니, 계산에 뭔가 문제가 생겨 외국 학생 두 명에게 사장님이 설명을 하고 계셨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을 사용하셨다."이해했지? 이렇게. 둘이 반 씩 나눠서. 응? 내가 오천 원 거슬러 줬으니까. 알았지?"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실례인 걸 알면서도 동료 선생님과 나는 그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사장님은 처음부터 다시 한번 천천히 설명해 주셨고, 학생들을 돌려보낸 후에는 혼잣말로 자기의 변을 좀 더 하셨다. 왜 우리의 시선을 의식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의아해한 것은 사장님의 친절함, 또는 불친절함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반말이었다. 한국에 온 외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국말에 반말과 존댓말이 있음을 안다. 반말의 존재를 안다는 의미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스무 살은 넘었고 성인이다. 분식집 사장님의 연배를 생각했을 때 외국 학생들 또한 딸 친구 같고 아들 친구 같을 수 있지만, 그들은 어른이다.
가끔 학생들이 말한다. "왜 우리한테 반말해요? 아이 아니에요." 백번 양보해서 학생들이 매우 어려 보인다거나, 어눌한 한국말이 귀여워 보인다거나, 친근함의 표시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의 정서를 '딱' 알아채지 못하므로 그들에게는, 존댓말을 써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