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화면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봤다. 우리가 아는 슈돌. 2014년 영상인데, 꽤 오래된 영상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해당 학습 목표에 딱 맞는 영상을 찾기가 어려워 우리는 그걸 쓰고 있다. 요즘 같은 영상의 홍수 속에서도, 구미에 딱 맞는 영상을 찾기란 생각보다 참 어렵다. 영상을 재생시키면서 사실 약간 주저하기는 했다. 너무 오래된 영상인가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시작했다.
여러분 이 비디오는 좀 옛날 거예요. 그런데...
내 우려와 달리, 시작하면서부터 학생들의 눈은 추억에 잠기고 있었다. 아련한 눈으로, 다 같이.
와... 슈돌이다. 진짜 귀여웠는데.
추억에 잠긴다. 나랑 같이 추성훈 씨의 아들 사랑이의 어릴 적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많이 컸더라며, 요즘 다시 TV에 나온다며 재잘재잘 하고픈 말이 쏟아진다. K팝과 K예능이 떠오른 지 십 년 가까이 되어 감을 실감하는 부분이다.
첫 기억은 슈퍼주니어와 빅뱅이었다. 학생들이 김연아나 조수미를 알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세계적인 경기에서 뛰거나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는 장르와 위치였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였다. 그냥 우리가 매일 보는 가수나 예능의 등장인물들을 속속들이 아는 그들을 보는 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 대한 추억도 함께 하다니. 얼마 전에는 BTS 맏형이 서른이 넘었다며, 소시 윤아는 나이가 더 많다며, 자기는 1세대 보이그룹인 슈퍼주니어부터 3세대 보이그룹인 NCT까지 좋아한다고 말하는 학생을 보고, 'K대중문화 전공자인가...'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만든 버라이어티는 다 좋아요.
나영석 PD가 우리의 셀럽이 된 건 좀 됐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러더니 이제 학생들은 K문학을 말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무려 자기 나라의 언어로 읽고(이 말은, 그 나라에 우리의 소설이 번역돼 팔리고 있다는 말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소설 파친코 작가 이름과 그녀가 한국계인 것을 안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이 음악과 영상으로 K문화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 문학의 단계로 넘어섰나 보다(하긴, K웹툰은 진즉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수출되고 있었지).
언젠가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능력이 된다면, 나는 내 학생들과 문학청년이 되어 만담을 나누고 싶다. 과목명도 정했다. <K문학따라잡기> 또는 <2022 K소설 베스트 3 독파 챌린지> 너무 수업 이름이 긴것 같기도 하고... 요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치 다음 학기에 내가 그 수업을 맡기라도 한 듯, 운전 중 가끔 커리큘럼을 짠다(나는 몽상가의 기질이 있다). 평론도 집어넣고 외국 반응을 적은 뉴스 기사도 집어넣고, 그걸 학생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하고. 아니 아예 그냥 학생들과의 독서 모임을 할까? 싶다. 수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겠구나. 그냥 <한국어 선생님과 함께하는 K소설 독서 모임>쯤으로 해도 되겠구나. (과연 몇 명이나 수업을 신청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어 교육의 고급 수준 학습자의 성취 목표가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기'이니, 공부와 영 동떨어진 것도 아니고.
언젠가 영화 수업을 했을 때, 한국의 정서를 모르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는 장면에서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고, 필요한 부분은 설명해 주고 그런다면 얼마나 재미날까.
언제가 될지, 과연 일어날 일일지,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이런 몽상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