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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29. 2022

여섯 번째 시누이가 생겼다

가끔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 시어머니의 지분은 얼마큼일까.


1년 전 어머니께서 어깨 수술과 허리 수술로부터 회복되시고 나서 본인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내 집이 주는 만족감을 알기에 일단 모셔다 드렸고, 매일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양보호사는 주 6일 매일 방문하고, 하루 한 번 식사도 챙겨 줄 수 있고, 대신 장도 봐주고, 목욕도 시켜 주고, 간단한 심부름도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매일 어머니 집을 방문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너무 마음이 놓여서 당장에 신청했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배정받은 요양보호사께 안부 전화를 하면 할수록 걱정만 커져갔다. 유난히 깔끔한 우리 어머니는 살림부터 본인 몸 어디도 만지지 못하게 하셨고, 요양보호사는 우두커니 하루 3시간을 앉았다 가신다 했다. 청소도 설거지도 요리도 못 하게 하고, 씻자는 말은 꺼낼 엄두도 안 난다고. 오랜만에 방문한 어머니 댁 냉장고는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게 비어 있었고, 우리가 가져간 음식들은 역정을 내시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시 싸 주셨다.


어떡하죠.

나는 다섯 명의 시누이들께 번갈아 전화를 했다.

어떡하죠.


그렇게 어떡하죠를 반복하던 어느 날 큰 시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올케, 이제 걱정 마.
우리 사촌 OO 알지? 걔가 다음 주부터 엄마 요양보호사 하기로 했어. 요즘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었대. 엄마 집에 자기가 오겠다네. 잘 됐어 아주.
그러니까 이제 걱정 마.


아, 일이 이렇게 뜻밖의 방법으로 풀리기도 하는구나. 나는 얼굴도 모르는 사촌이지만, 본인에게 고모니까 얼마나 살뜰히 챙길까. 아 정말 이제 좀 마음 놓고 살겠구나.


얼굴을 보기 전 전화로 인사드려보니 호탕하시고 씩씩하시고, 무엇보다 어머니랑 대화가 잘 되는 분위기다. 부탁드리면 병원도 동행해 주시고 식사도 함께해 주시고, 장도 봐주시고.... 세상 이렇게 좋을 수가.


오랜만에 방문한 어머니 집은 사람 사는 냄새가 훈훈하게 났고 온기가 넘쳤다. 싱크대에는 맛깔난 국이 끓여져 있었다. , 다 사는 방법이 있다더니 이럴 때 하는 말이구나.


다만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올케, 내가 오늘은 시누이 노릇 좀 해야겠어.
.........


그렇게, 내겐 너무 천사 같은, 하지만 신분은 시누이인 '여섯 번째 시누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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