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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un 18. 2023

드디어 다녀왔다, 서울국제도서전

나는 무려 5월부터 기다렸다, 서울국제도서전을. 6월이 오고 있다, 오고 있다, 오고 있다, 그렇게 기다렸다.


나는 비교적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있는 직업이니, 오전 수업이 끝나면 코엑스로 달려가야지. 내가 좋아하는 수필가, 시인, 평론가들의 북토크와 사인회를 일정표를 만들어서 적어도 번쯤은 가야지, 그랬다. 내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는 자가용 운전자니까 그거야 뭐. 쇼퍼백을 하나 가져가서 쓸어 담아야지.


그랬는데 현실은, 부랴부랴 이렇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어쨌든 다녀왔으니, 가 봤으니, 올해는 성공했다. 올해의 큰 명절을 지낸 기분이다.


이 문구를 봤을 때 '와. 이 도서전은 나를 위한 것이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한 번 더 보게 되고, 사진 찍고 싶어지는 문구가 곳곳에 있었지만, 마지막 날이니만큼 코엑스는 인산인해였기 때문에.......


나의 어른, 이해인 수녀님의 글귀도 보고


무려 십몇 년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나는, 회사원이었다. 우리는 그때 연차를 쓰기가 매우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나는 팀장님께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한국의 정이현 작가님이 대담을 나눈다는 소식을 들었고, 딱 그 시간에 코엑스에 도착했다. 햇살이 가득한 코엑스에서(햇살이 아니라 조명이었나) 통역의 도움을 받아 대담이 진행됐는데, 내용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두 작가님의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내 마음도.


오늘 내가 도서전에 가서 담아 온 책들.

<나의 비정규 노동담>, <조깅의 기초>, <30일 5분 달리기>, <일하는 마음>.


강민선 작가님의 초기 책 <나의 비정규 노동담>


나는 드디어 성덕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강민선 작가님을 실물로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받았다.


두근두근 짠, 하고 도서전에 들어갔지만 사실, 들어가자마자 앗차 싶었다. 나처럼 마지막 날이니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오픈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실내는 너무 더웠고 너무 습했고 무엇보다 빅브랜드 출판사 부스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나는 찾고 있는 출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안쪽에 독립출판사 부스들이 따로 있었다.


독립출판사 세션에 들어서자마자 <임시제본소>를 발견했다. 그리고 혹시나 싶었는데, 작가님이 직접 책을 팔고 계셨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사인을 받았다.


강민선 작가님 사인


반가운 마음을 온몸으로 표시하고,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는 했다. 하지만 '작가님 책은 <상호대차>부터 읽기 시작했고요, 최근에는 <끈기의 말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또 얼마 전에는 작가님의 책에 대한 이런 애정 어린 말을 한 출판사 댓글 이벤트에 썼다가, 책 선물도 10권이나 받았어요.'라고 차근차근 말하지는 못했다. 아쉽게도.


유유 출판사 <조깅의 기초>


요즘 나는 달리기에 진심이다. 무엇이든 책으로 시작하는 나답게, 이번 국제도서전 나들이에서도 달리기에 대한 책을 몇 권 샀다. 잘 읽고, 잘 뛰는 인간이 되겠어.

조금만 기다려! 우리집 뛰는 인간.


어떤 책 <30일 5분 달리기>


신간이 나올 때마다 눈여겨보고 있는 <어떤 책> 출판사. 사람들이 적어진 틈을 타 운영진 두 분께 "저 수미 작가님의 <애매한 재능> 읽었어요. 김달님 작가님 책 두 권도 모두 읽었고요. 김지수 작가님 인터뷰집도..."라고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며 하는 말, "도대체 저희 출판사를 어떻게 아시고 그렇게 많이 읽으신 거예요?". 적절한 대답을 못 하고 그냥 웃고 왔는데,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책이 좋잖아요.'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그래서 신간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도 준비한 물량이 전부 소진되셨다면서요.)


어크로스 <일하는 마음>


나에게 어크로스 출판사는 김영민 교수님의 책이 나온 출판사다. 칼럼계의 아이돌. 나에게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신 분. '공부란 무엇인가' 책을 사면 김영민 교수님의 글귀가 쓰인 수건을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수건이 정말 갖고 싶긴 했지만... 김영민 교수님 책은 모두 집에 있어서...  


나는 애호하는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겹겹의 우주가 있다는 걸 '안다.' 믿는 것이 아니라 안다.

<일하는 마음> 107쪽

하나의 글귀로 단박에 사고 싶은 마음이 든 책 <일하는 마음>을 가져왔다.


사람들이 나에게 종종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요?"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어떤 대답을 해도 궁색하게 느껴져서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대답하기도 한다. "취미가 없어서요." "이것 말고는 하면 좋은 게 없네요."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읽어요."


오늘은 일기가 됐든 블로그가 됐든 브런치가 됐든, 사진과 기록을 남기고 싶은 하루였다.

참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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