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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y 09. 2023

시댁이란 무엇인가

feat. 김영민 교수 -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계의 아이돌. 김영민 교수님의 글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한참을 유쾌하게 웃었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문제적 그 단락,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 어크로스(2018) 중


나는 이 단락을 복사해 두었다가 친한 지인들에게 보내주고 웃고 떠들고,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명절에 다시 그 구절을 떠올리고. 술 한잔 마시면 무엇이든 "OO이란 무엇인가"로 화답하며 그렇게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며 인생을 보낸다. 아무튼, 김영민 교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브런치에서 시댁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나는 굳이 찾아 읽지는 않지만, 메인 페이지를 둘러보다 보면 시댁이 들어가는 제목이 정말 많다. 아니, 가족 이야기의 많은 글들. 특히 부모에 대한 많은 글은 실상 시댁에 대한 글이다. 시어머니, 시댁, 시누이, 등등.


내가 파악한 브런치 알고리즘에 의하면, '시댁' 또는 '시어머니 또는 '시누이'가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내가 쓴 글들이 브런치 메인 화면이나 다음 <홈앤쿠킹> 등에 노출된 경우 거의 대부분이 시어머니와 시누이에 대한 글이었다. '시'가 들어간 제목을 보면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클릭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글들을 양산하는 존재, 시댁이란 뭘까. 종종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아들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시댁이 되고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동시에 나에게도 시어머니가 계시고,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시어머니에 대해 어딘가에 쓰고 싶어서였다. 가족이란 모두 저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이야기란 갈등이 기본이다. 그 어떠한 이야기도 갈등 없이 완성되지 않는다. 행복한 시댁 이야기는 가끔은 뭉클하고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가끔은 현실감이 떨어져 몰입이 되지 않고, 가끔은 이게 정말일까? 불신감이 들며, 가끔은 모든 건 나의 문제였나, 나는 왜 이런 시댁을 갖지 못했나 자기 연민에까지 빠지게 만든다. 아무튼, 시댁에 관한 모든 글은 복잡한 감정이 함께 들어서, 읽고 나면 어쨌든 마음이 착잡해진다. 내가 어머니에 대해 쓰는 글들 또한 가끔은 그렇게 읽히겠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하겠지.


시댁이란 세상에 나면서부터 정해진 가족이 아니라 결혼을 함으로써 새로 생긴 가족이니, 내 선택이 잘못 됐을까 싶기도 무르고 싶기도 하는 때가 생긴다. 또 어떨 때는 나면서부터 정해진 내 가족도 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때가 있는데, 새로 생긴 가족이니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확실한 건, 내가 시어머니가 될 즈음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으리라는 거다. 어쩌면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이렇게나 많이 시댁에 대한 글들을 썼던 것조차 잊히고, 다른 개념의 가족이 생기지 않을까. 일단 결혼을 해야 가족이 생기는데, 1인 가구와 비혼이 이렇게 많아질 줄, 가족을 연구하고 가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30년 전에 예측이나 했을까.


어느 어버이날에, 시어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 시누이들과 시아주버님이 포함된 단톡을 보다가, 이런 잡념을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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