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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an 11. 2022

89세 어머니가 몸을 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려울 줄 알았는데...

두 번의 외과적 수술의 상흔을 훌훌 털어버리시고, 어머니께서 다시 본가로 3층 집으로 내려가셨다.




아니다. 훌훌 털지는 못 했다. 아주 고생하셨다.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다 언제나처럼 지나가 버렸고 지난주 다시 홀로 사시기 위해 내려가셨다. 주 6일을 어머니 집으로 출근하시는 요양 보호사가 생겼다. 매일 세 시간씩 어머니 집에 들러 청소하고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몸도 씻겨 주신다고 했다.

다 사는 방법이 있구나.

요양 보호사 선생님을 믿고 우리는 그렇게 89세 노모를 다시 3층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일주일째 되던 날 요양보호사께서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가 씻지를 않으세요.


아무것도 못 하게 하시고 샤워는커녕 살림에 손도 못 대게 하신다고 했다. 그냥 앉았다 가라고, 매번 씻자고 말하면 2일 전에 씻었고 2일 전에 갈아입은 옷이라며 손사래를 치신다고 했다. 사실은 일주일째 같은 옷인데... 겉옷도 안 갈아입으시니 양말이나 속옷까지는 이야기가 가지도 못 한다고 하셨다.


큰일 났다 싶었다. 이를 어쩌나... 이렇게 과연 괜찮을까. 제일 목소리 크고 제일 허물없이 지내시는 시누이께 전화를 드려 말씀드리니, 되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내가 이따가 전화해서 한 소리 할게.
근데 나랑 지내실 때도 일주일에 한 번 죽자고 싸우며 간신히 샤워시켰어.
안 싸우면 한 달이 지나가도 안 씻어.


네이버에 물어보고 싶었다.

나는 요즘 가끔 시댁과의 일이 안 풀릴 때 네이버에 바스락 타자를 쳐 본다. "형님과 동서" , "시누이가 다섯인 시댁" 등등을 치면 뭐든 알려 줄 것만 같다. 왜 나이 들면 씻지 않는 걸까.


저녁 설거지를 하며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갑자기 안 씻게 되신 게 아닐 거다.

일흔이 넘으며 여든이 넘으며 씻는 간격이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었겠지. 그러다 보니 한 달이 되었을 테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이주일이 되어 가는 사이에 나는 없었다. 나는 그때 내 삶을 살기 바빴고 그런 것들이 떠오르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한 달을 안 씻으시는 걸 타박할 수 없다. 사실, 안 씻으시는 건 크게 문제가 아닐 거다. 함께 사는 것도 아니면서 멀리서 씻으라 말아라 타박할 수도 없다.


사실, 샤워는, 큰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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