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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an 10. 2022

코리안 티처 / 저자 서수진

한국어 강사-우리들의 이야기

2020년 여름. 한국어 교사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왔다.


현재 한국어 교사의 자전적 소설-Faction-이라고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두근두근. 우리의 이야기라니. 우리의 이야기가 활자화되었다니. 사실, 줄거리 리뷰도 보지 않고 바로 주문했다.


출판사에서 내놓은 슬로건은. 후면에 넓게 쓰인 메시지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이기는 하다. 하지만 난 약간 다르게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상당수가 박사 수료생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석사 졸업생. 학력 인플레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도 석사가 참 많은 세상이다. 그리고 가장 석박사 배출이 많은 분야는 교육학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고학력인데도, 고학력이지만, 비정규직 여성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비정규직 여성 이야기'로 해도 충분히 설명력과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책이 도착하기 전 우리는 너무 사실적이면 조금 많이 슬플 것 같아서 읽는 게 무섭다는 이야기도 했고, 책 목차가 다 했다며 목차만 읽고도 수만 가지의 무궁무진한 '목차 평'을 할 수 있었다.


목차는 단 5개. 봄학기, 여름학기, 가을학기, 겨울학기, 그리고 겨울 단기. 다섯 개의 옴니버스 영화를 본 기분이었는데 각 5개의 단편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된다. 한 곳의 어학당에서 계절 별로 다른 강사가 주인공이 된다. 언덕에 있는 학교라는 걸 보면 OO대, 어떤 국적의 학생들을 많이 말하는 걸 보면 OO대,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차피 맞지 않을 여러 가지 추측을 했고.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과하게 몰입해 분개하고,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비슷한 사건을 너도나도 말하느라 강사실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봄학기 주인공에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

나도 이 일을 베트남 학생들과 함께 시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읽었던 것 같다. 우리의 귀여운 학생들이 나쁜 사업주를 만나 월급을 못 받을 위험에 처하는 아주 익숙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학생들의 엄마는 아니니까 선을 지켜야 한다는 나만의 결론.


뭔가를 들킨 기분. 왠지 위로받은 기분. 그리고 동지가 생긴 기분


그리고 정말 우리의 세상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인 여름학기를 지나 가을학기로 가면서

아, 이 분은 정말 이야기 꾼이구나. 이건 르포가 아니었지. 조금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건 소설이었지, 다시 한번 상기하며 겨울학기와 겨울 단기를 마저 읽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술술 읽혔지만 르포가 아닌 것이 참 다행이었다.


다 읽은 책을 다른 강사들에게 넘기며 생각했다. 종사자인 우리가 아닌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어떤 소설일까. 남들이 보기에도 이 소설과 이 내용이 재미나고 슬프고 흥미진진할까.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는 뭘까. 참 궁금하다.


2020.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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