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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28. 2021

선생님, 저 대학 나왔어요.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가끔은 부끄러워집니다

나의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어를 배운다.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학생 또한 학교에 오는 길이 즐거운 사람도 있겠고, 되돌아 집에 가고 싶다, 아니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은 좀, 공부하기가 좀......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아시아 학생 중에는 사실 한국어 공부가 주목적이 아닌 학생들도 많다. 주경야독. 돈이 없으니까 멀리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 힘든 노동을 하면서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기 위해 한국어를 어쩔 수 없이 배우는 학생들, 더러 있다.


일이 우선이니 당연히 한국어는 안중에 없을 테고 그들의 학습은 매우 더디고 답답하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 하기에, 초급 학생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를 않는다. 답답한 시간이 반복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시간들이 지나가기만 나도, 그들도 바란다. 학습 의욕은 고사하고 졸리고 춥고 배고픈 학생들. 언젠가 기말 시험을 앞두고 한 학생과 단둘이서 이야기할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손짓, 발짓, 책, 핸드폰 베트남어 번역기. 온갖 것을 동원하여 대화를 시도하기를 여러 차례.


"이번 학기에도 시험을 잘 보지 못 하면 다음 학기부터는 학교에 다닐 수 없어요."


말을 전달해야 하는데,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때 내 표정이 어떠했는지. 다소간 한심해했던지 어이없어했던지 징글징글해했던지 안타까워했던지, 어떠했던지. 맥락에 없이 불쑥, 그 (남자)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나, 베트남, 전기, 전공. 대학, 졸업."라고...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 저는 베트남에서 대학도 졸업했어요.
전공은 전기였어요.
하지만 일할 곳이 없어서,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지금 힘들고 지쳐서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하지 못해요.
그래서 선생님께 많이 미안하고 죄송해요.
저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저도 참 슬퍼요.
라고...


지금도 가끔 그 학생이 생각이 난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그 장소, 그 얼굴, 그 순간이.

나는 어떤 한국어 교사인가. 성인이 성인을 가르칠 때에는, 더군다나 다른 민족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에는 내가 더 많은 생각을 해야겠구나. 


내가 더, 따뜻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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