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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22. 2021

코로나 이후에 우린, 어떻게 될까

"불필요한 외출을 줄이고..."
"불필요한 약속을 취소하고..."
"불필요한 만남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했던 용어를,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다. 


뉴스에서는 연일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불필요한 약속은 취소해 주시고..." 만나지 말라고, 약속을 취소하라고, 다음에 만나라고 말한다.

적어도 한 두 달에 한 번은 만났던 모임이 6개월에 한 번으로 줄어들고, 연말에는 꼭 만났던 모임조차 두 해째 취소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라던가 사적 모임 인원 축소 등 반강제적 모임 취소인 경우도 있고, 밀접 접촉자가 된다거나 집에 자가 격리자가 있어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자발적 적극적으로 모임을 취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자가 격리자가 된다거나 확진자가 돼 버리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확진자가 증가세에 있을 때에는, 모임 취소 연락이 은근 반갑다. 반대로 확진자가 둔화세에 있을 때에는, 설렜던 마음 때문에 김이 푹 새 버린다.




어쨌거나 우리의 관계는 좁아져 버렸고


사람들은 코로나 후 관계의 양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한다. 하나는 좁아진 관계, 정적인 관계가 자리를 잡아 버릴 거라는 설. 다른 하나는 좁게 지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서, 코로나 후 더 진취적으로 사람들과 관계할 거라는 설. 나는 어떤 쪽이냐면 후자를 예언하고 싶다. 

나는 사실 (팬데믹 이전에) 언제든 약속이 취소되면 은근 기뻤던 사람이다. 나는 내 집이 너무 좋고, 조용한 밤과 조용한 주말이 너무나도 좋다. 그런 내가, 관계에 있어 진취적이 될 거라는 예언을 한다. 


몇 달 전 정말 오랜만에 동료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 제한 인원이 동 시간대 입장객 200명까지인가 허용됐고 잠시 잠깐 전쟁 속의 평화 같은 시간이었다. 정말 숨죽여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결혼식장으로 모여든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피로연장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지 않지만(도시락이라던가 와인이라던가 답례품으로 문화가 바뀌었지만) 누군가의 결혼식을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모두 너무 흡족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근 2년 만의 결혼식이었고 우리는 정말 즐거웠다.


이만하면 되었다.


우리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팬데믹 덕분에. 코로나 덕분에.

이제 되었으니, 우리 모두 깨달았으니, 그만 좀 끝났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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