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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17. 2021

재미있는 일 하네! 돈은 못 버는

한국어 교사의 사회적 위치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다.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의 유명한 의사를 찾아갔다. 대학 병원은 멀고 대기 시간이 길고 3분 진료라는 것을 익히 듣고 경험해 알고 있지만, 생전 처음 받는 수술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환자 사전 진료 항목에 직업을 쓰는 란이 있었다. 아마 사무직인지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인지 등을 참고하려고 했을 텐데 나는 순진하게 '언어 강사'라고 적었다. '교사'라고 체크하기에는 뭔가 공교육 종사자가 아닌데 거짓말하는 느낌이 들었고, '강사'라는 항목은 없었기에 기타란에 정직하게 적었다.


어차피 난 수술이 정해진 사람이었고 어느 의사에게 가거나 수술 방법을 논해야 하는 상태였다.


"언어 강사? 무슨 언어를 가르쳐요?"


예상했던 3분 진료가 무색하게 의사는 나의 직업에 관심을 가졌고, 나는 이게 어차피 수술이 정해진 사람에게 친근감 있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사의 의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니, 본인의 딸이 유학 가서 영어를 배울 때 원어민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를 전했고, 그렇게 조금 더 우리는 소소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의사는 이렇게 우리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일 하시네. 돈은 못 버는."


그쵸. 한국어 교사가 돈은 못 벌죠. 그때는 그냥, 어디에 가거나 내 직업을 말하면 사람들이 보이는 호기심과 비슷한 류의 대화가 일어났다고만 생각했다.


"재미있는 일 하는 건데? 돈 없어도 되는"


언젠가 드라마에서 이런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 그런 비슷한 NGO에서 일하는 간호사에게 여주인공이 말한다. "좋은 일 하시네요? 돈 안 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간호사가 말한다. "재미있는 일 하는 건데? 돈 없어도 되는." 좀 멋있었다.


학교에서 다음 주까지 쭉 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공지가 왔다. 학생들이 그러는데 유럽의 어느 나라는 쇼핑몰에 들어가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고 안 써도 된다고 한다. 실외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그런 나라의 코로나 상황은 어떠냐고 물으니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같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코로나에 대한 민감도는 극과 극, 천차만별이다. 같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러한데 세계 각국이 모이면 어떠할까. 요즘 손세정제를 너무 써서 손이 트고 있다. 나는 의료진은 아니다.


2년 만에 일주일 넘게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보기 드물게 신나 있고 활기가 넘친다. 예전에 비하면 매우 제한된 교실 수업이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하호호 신이 난다. 물론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왜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않느냐는 학생들도 있다. 나도 잘 모르겠다. 교실 수업이 효과도 크고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감염 위험도 또한 올라간다.


요즘 내 직업이, 재미있는 일인 건 맞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여기에서의 요즘은, 2021년 하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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