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nes Dec 12. 2021

언젠가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여러분 덕분이에요.

코로나19로 학생들을 보지 못한 지 두 달 됐다(나는 이 글을 2020년 5월에 썼다).


학교는 지난주부터 온라인 수업을 재개했지만, 나는 이번 학기 쉬기로 했기 때문에 6월 중순까지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갑자기 외국인 학생 수가 급감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급히 교사들에게 무급 휴직을 받았고, 코로나가 무서웠던 나는 1기 무급 휴직자 대열에 동참했다.


보고 싶다.


한국어교육원은 1급부터 6급까지 총 6개의 급으로 구성된다. 한글을 배우는 반이 1급이고 제일 잘하는 반이 6급이다(경우에 따라 7급이 개설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3급 같은 2급이 있고(현재까지 배운 문법과 어휘를 십분 활용해 찰떡같이 의사소통을 하는) 2급 같은 3급이 있다(매일 배운 새로운 것들은 다 잊고, 자기가 아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답하는).


지난 학기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3급이지만 1급 같았다.


나는 수업을 하면 할수록 말이 점점 많아졌다(전원 유급하는 가슴 아픈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1급처럼 귀여웠다(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은 저세상 귀여움을 갖는다).


늘 그렇지만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하나 안타까운 건, 1급 같은 3급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다. 말은 생각을 담기에 늘 부족한 데다가, 게다가 초급이어서 시도도 하지 않게 되는 말들이 많다. 더욱이 지난 학기 우리는 전원 마스크를 끼고 수업했다. 입모양을 볼 수 없으니 의사소통력은 더욱 떨어졌고


우리는 모두-마스크를 끼면 청력도 감소한다는-신기한 경험을 했다.


학기가 끝날 때 나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했고 안타까웠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1급 같은 3급이었다. 마스크 때문에, 코로나19 때문에, 더 즐거울 수 있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3개월이 흘러가 버렸다. 하지만 1급 같은 학생들이라, 이런 내 안타까움을 말로 전달할 생각조차 하지 못 했었다,


마지막 날 한 학생이 물었다."선생님 취미가 뭐예요?"


난 늘 초급 학생들에게 하는 내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커서(?) 작가가 될 거예요.
이야기를 쓰고, 블로그도 하니까, 여러분이 고급까지 공부가 끝나면 꼭 선생님에게 연락하세요.
블로그 주소를 알려 줄게요. 지금은 알려줘도 너무 어려운 한국어라 이해를 못 할 거예요.
6급까지 공부하게 되면 꼭 연락하세요."
(천천히, 쉬운 말로 바꿔서 말했다.)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하면 6급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모두 웃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지난 학기 학생들은 짧은 한국어로 계속 질문을 했다.


"무슨 이야기를 써요?"

"책을 만들 거예요?"

"우와~ 너무 멋있는 선생님!"


열광적인 환호에, 우연찮게 나는 내 마음을 다 고백해 버렸다.
"여러분 이야기를 써요."라고.


학생들은 더욱 열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대만 말은 제가 번역."
"사우디 언어는 나!"
"콜롬비아 말은 싼티아고가!"
"나는 머리가 나빠서 번역 못 하고, 책 많이 살게요!"


언젠가 내가 학생들의 이야기로 책을 낸다면, 그리고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세계 곳곳에서 팔린다면, 그건 모두 나에게 꿈을 준 학생들의 덕이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한국어 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