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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12. 2021

코로나 시대의 한국어 수업

2020년 8월 어느 날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잘 잤어요?"


수업 시작 후 첫인사가 "잘 잤어요?"라니. 실시간-온라인-쌍방향-화상 수업에 이제 나는 완전히 적응했나 보다.


처음에는 영 낯설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방금 일어난 듯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고양이를 안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복장으로 앉아 있는 학생들. 시공간을 초월한 듯 어떤 학생은 수면 바지를 입고 있고 어떤 학생은 (거의 하반신을 볼 일이 없긴 하지만) 핫팬츠를 입고 있다.


9시 수업 때는 부스스한 머리지만, 10시 수업 때는 방금 감은 머리를 선풍기에 말리고 있으며, 11시 수업 때는 풀 메이크업으로 변신하는 학생들. 20분 쉬는 시간에는 무려 라면을 끓여 먹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비디오 앞에 앉는다.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사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코로나 시대에 이보다 더 최선의 대안은 없는 것 같다.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금의 일상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아니 진실을 말하자면 진정 우리가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대면 수업이 기본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이 기본인 걸로 패러다임이 변해 버리진 않을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안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그게 되겠어?라는 감성적 의심보다는 '좋은 것도 있겠다'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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